거미가 50배 무거운 먹이를 들어 올리는 비결

이탈리아 연구진, 탄성과 도르래 원리 밝혀

거미가 자신보다 50배 무거운 먹이도 거미줄로 들어 올리는 비결이 밝혀졌다.

이탈리아 트렌토대학의 가브리엘레 그레코(Gabriele Greco) 박사와 니콜라 푸뇨(Nicola M. Pugno) 박사가 공동 연구를 통해 관찰한 결과, 거미가 미리 늘린 거미줄을 먹이에 부착하고 도르래 원리를 이용해 자신들보다 훨씬 무거운 먹이를 들어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자들이 통제된 실험실 환경에서 거미가 큰 먹이를 잡는 것을 관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3일 로열 소사이어티 인터페이스 저널(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꼬마거미과(Theridiidae)에 속하는 두 종인 스테토다 페이쿨리아나(Steatoda paykulliana)와 스테토다 트라이앵굴로사(Steatoda triangulosa)를 대상으로 살아있는 바퀴벌레(Blaptica dubia)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관찰했다. 거미들은 각각 0.007온스(0.20g) 정도였고, 가장 무거운 바퀴벌레는 0.02온스(0.57g)로 거미 무게의 거의 세 배에 달했다. 연구자들은 각 거미를 검은색 종이로 덮인 실온의 플라스틱 상자에 넣어 거미줄을 잘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관찰 결과 연구자들은 먹이가 너무 커서 거미가 자신의 다리의 힘을 이용해 끌어올릴 수 없을 경우 다른 전략을 쓰는 것을 발견했다.

거미가 무거운 먹이를 들어 올리는 과정 ⓒ 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

먼저 연구자들은 거미들이 거미줄을 만들 때 끈적끈적한 접착제가 포함된 특수 섬유를 활용하고 무언가가 잡히면 거미에게 신호를 보내도록 한 것을 알아냈다. 거미는 바퀴벌레를 거미줄에 포획한 뒤 위로 들어올리기 위해 미리 늘려놓은 거미줄을 바퀴벌레에 부착했다. 줄의 탄성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고무줄을 늘인 후 물체에 묶으면 탄성에 의해 물체를 당길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이 과정에서 한쪽 거미줄은 벽에 부착시킨 후 바퀴벌레를 도르래 삼아 적은 힘을 들여 들어 올렸다. 도르래는 물체를 지탱하는 힘이 두 가닥의 줄에 분산되도록 해 물체 무게의 2분의 1만 들여도 물체를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거미들은 먹이가 원하는 높이에 이를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했다. 이 실험에서 거미들은 3인치(7.6㎝)나 되는 무거운 바퀴벌레를 땅에서 떼어냈다. 먹이의 가장 빠른 상승 속도는 초당 약 0.004인치(0.01c㎝)였다고 연구원들은 발표했다.

거미가 활용하는 도르래 원리 ⓒ 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

그레코 박사는 “거미줄은 먹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충분한 장력을 생성한다”며 “먹이는 바닥에 닿을 수 없어 탈출을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바퀴벌레보다 더 큰 먹이가 거미줄에 걸리면 거미는 독을 주입해 마비시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거미류는 근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곤충에서부터 도마뱀, 생쥐에 이르기까지 먹이로 삼을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여전히 거미줄의 탄력에 대해 밝혀야 할 점들이 남아있다고 기술했다. 거미줄의 탄력이 얼마나 되는지, 거미가 거미줄을 어디까지 늘릴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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