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김대중'(존칭 생략)에 대한 이야기를 화상으로 하기로 되어 있어 준비하는 중입니다. 운명적으로 만델라와 김대중을 가까이 견문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런 전차로 나의 마음 속에서는 두 인물이 동반 출현하곤 합니다. 오늘도 그런 이야기를 넣을까 해서 지금 자료를 들춰보는 중입니다. 만델라 여권을 보고 있습니다. 공개해도 프라시버시 침해에 걸리지 않겠죠?
우선 이미지를 봅시다.
첫 장 오른쪽에 주목해 봅니다.
외교관 여권 DIPLOMATIC PASSPOT라 적혀 있습니다. 그 아래로는 각각 아프리칸스어, 불어로 ‘외교관여권’이라 적혀 있습니다. 참고로 외교관 여권은 외교관과 그 가족 그리고 국가원수, 3부 요인 등이 소지합니다. 소지자 범위는 각 나라마다 다를 겁니다. 보통 국제 공항에는 외교관 여권 소지자 수속 통로가 따로 있구요.
남아공은 다민족. 다부족 국가로서 최소 35종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 11개 언어가 현재 공용어입니다. Pedi, Sotho, Tswana, Swati, Venḓa, Tsonga, Afrikaans, English, Ndebele, Xhosa and Zulu.
내가 남이공에 처음 살고 있을 때엔 만델라는 감옥에서 나왔지만 아직 대통령이 되기 전으로 하루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유혈낭자했던 시기였습니다. 흑백 협상대표는 만델라와 드 클레르크(당시 대통령)이었습니다. 국제정치 전문가, 언론인 등 거의 모두가 남아공의 장래를 암울하게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흑인과 백인만 갈등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노선을 달리하는 흑과 흑, 백과 백이 서로 공격하고 테러를 가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유혈 사태가 일어났지요.
다행이 당시 백인 대통령 드 클레르크가 확고한 진보사상을 지닌 채 만델라와 협상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나의 기억에 생생한 대목이 하나 있는데 드 클레르크 대통령의 언어입니다. 그를 비롯한 백인 권력층의 언어는 아프리칸스어였습니다. 극렬한 인종차별 의식을 지닌 백인들의 언어가 그것이었지요.
아프리칸스어Afrikaans는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나미비아에서 주로 쓰이는 게르만어군 언어입니다. 16세기 ~ 17세기에 네덜란드 출신 이주자들의 후손이 써오던 네덜란드어가 독자적인 변화를 거치면서 성립된 언어라 합니다.
이 언어를 쓰는 백인들이 바로 골수 인종 차별자들이어서 흑인 입장에서는 생각만 해도 징글징글했겠죠. 이제 절대 다수의 흑인이 새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 상황이니 그 혐오스런 언어를 퇴출시키고 싶었을 겁니다. 우리가 해방되었을 때 일본어를 퇴출시켰듯이.
드 클레르크 대통령은 협상과정에서 백인들로부터 배신자라는 공격을 받아가면서까지 흑인측에 실로 많은 양보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양보해도 아프리칸스어만큼은 안된다. 그것은 절대 협상대상이 아니다 라고 단호히. 그의 뜻은 관철되었습니다.
드 클레르크는 다른 것에 대해서는 통크게 양보했습니다. 그가 얼마나 통 큰 양보를 했는지 한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바로 스스로 대통령에서 부통령으로 내려 간 것입니다! 세상에, 수 백년 동안 BLACK DOG이라고 멸시했던 그 흑인에게 자신의 자리를 넘기고 자신은 그 밑으로 내려갔다니까요. 그것이 남아공의 상생 기적을 만들었고 파멸적 재앙을 피하게 했습니다. 세계는 민주 남아공의 탄생을 기적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죠. 그리하여 만델라와 드 클레르크는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구요.
앞으로 통일 KOREA를 이룰 때 남한에서 대통령을 하고 북한에서 부통령을 한다는 영감을 남아공 정치사에서 얻을 수 있지 않을지, 그 다음에는 반대로도 해보고.
다시 언어 이야기:
오늘날 남아공 행 비행기를 타면 기내 안내 방송에서 영어와 아프리칸스어를 듣게 될 겁니다. 말미에 ‘또뜨 진스’라고 할 겁니다. 아프리칸스어로 SEE YOU AGAIN! 이라는 뜻인데 현재 네델란드 사람들이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내가 1993년 2월 네델란드에서 바로 남아공으로 날아갔을 때 기내 방송이며 남아공 공항과 도로 표지판의 언어가 조금 전에 떠나온 네델란드와 거의 같아 묘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만델라 여권의 다른 면을 다음에 더 보면서 이야기를 잇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