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읽기] 1. 러시아 개관

[러시아 읽기] 1. 러시아 개관

러시아 벌판, 광활한 대륙, 우리는 러시아를 부를 때 ‘대륙’이나 ‘벌판’이라는 단어를 끼워 넣는다. 러시아의 총면적은 1,707만 5,400km², 남북의 길이가 2,500~4,000km이고 동서가 9,000km에 달하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지구를 여덟 조각으로 나눈 빈대떡이라고 생각했을 때 한 조각이 러시아가 차지하는 몫이다. 그래서 러시아 땅으로만 지구를 거의 한 바퀴를 돌고 러시아를 횡단하면 열 한 개의 시간대를 경험할 수 있다.

러시아라고 하면 또 어떠한 것들이 생각날까?

모스크바, 마트료쉬카, 소련, 톨스토이, 볼쇼이 발레, 시베리아 벌판 등 갖가지 단어들이 떠오른다. 그렇다, 우린 아직 러시아에 대해 잘 모른다. 러시아에 대해 얘기를 하면 소련을 기억하시는 분들로부터 “러시아? 거기 소련 아니야? 빨갱이 나라.”라는 말도 종종 듣는다. 2000년대 들어와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시베리아 가스를 끌어오는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우리에게는 러시아가 가깝고도 ‘먼 나라’인 것이 사실이다. 이에 러시아라는 숲을 다 보여드릴 수 없지만 적어도 러시아를 정확히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 9회에 걸쳐 [러시아 읽기]를 연재한다.

1. 러시아 개관

우리가 러시아라고 부르는 나라의 공식 명칭은 ‘러시아 연방(Российская Федерация, Russian Federation)’이다. 극동에서 동부 유럽까지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있는 나라이지만 흔히들 알고 있다시피 수도 ‘모스크바’가 유럽 가까이에 있어 러시아를 유럽의 강대국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그 경계는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것이기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러시아는 러시아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러시아가 왜 연방일까? 러시아는 러시아 연방 헌법의 규정에 따라 지역과 거주 주민에 의해서 구분된 85개의 <연방주체>들로 국가가 구성된다. <연방주체>라 함은 지역 구분, 행정적 구분에 따라 정해진 46개의 주(область), 9개의 변경주(край), 3개의 연방시(город) / 러시아인 이외의 민족 거주 지역으로, 민족적 특성에 맞게 설정된 22개의 공화국(республика), 1개의 자치주(автономная область), 4개의 자치구(автономный округ)를 일컫는다. 다시 말하자면 주, 변경주, 연방시는 민족구성성분에 관계없이 연방 정부 차원에서 형성해 도시의 규모대로 붙이는 행정 명칭이다. 이와 달리 공화국, 자치주, 자치구는 민족구성체로 형성된 지역들의 특성에 따라 붙이는 명칭이다.

‘주'(Область)는 제정 러시아 시대의 지방 행정 단위를 재편한 광역 행정구역으로 가장 일반적인 행정구역이고, 영토 구분을 기반으로 지정되어 주로 러시아 서부에 밀집되어 있다. 연방이 임명한 주지사와 선거로 뽑힌 의회가 있어 법을 제정할 수 있다. 모스크바 주, 이르쿠츠크 주, 레닌그라드 주, 사할린 주 등이 우리가 알법한 명칭들이다.

‘변경주(지방)'(Край)는 1924~1938년 비러시아인들이 주로 거주하던 접경 지역에 설치된 행정구역이다. 입법기관을 통해 법을 제정하는 측면에서 주와 비슷하지만 좀 더 외지고 인구가 적게 사는 곳이다.

‘연방특별시'(Город федерального значения)는 독립적인 행정 기능을 수행하는 주요 도시로, 가장 최근 전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와 세바스토폴이 러시아연방에 합병되면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어 세바스토폴이 연방특별시에 추가되었다. 추가로 러시아 연방-카자흐스탄 협정에 따라 우주 기지 지원을 위하여 러시아가 2050년까지 임대한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Байконур) 또한 임대 기간 내 연방특별시의 지위를 갖는다. 단, 임대지역임에 따라 러시아 연방의 공식 행정구역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공화국'(Республика)은 소수민족을 기반으로 분류한 행정구역으로 자치권이 인정되며 자체적으로 헌법, 대통령, 의회를 갖는다. 러시아 헌법 제5조 2항에 따라 공화국은 ‘국가'(государство)로 명시된다. 즉, 자신들의 국가 언어를 지정할 수 있는데 공식적으로 러시아 연방의 국가 언어인 러시아어와 함께 사용한다. 그 이유는 외교 영역을 주로 연방 정부가 관할하며 함께 러시아 연방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체첸, 크림, 타타르스탄 등이 있다.

‘자치주'(Автономная область)는 공화국과 유사하게 소수민족을 기반으로 자치권을 부여할 필요성이 있지만, 영토·면적 면에서 규모가 작아 형성된 행정구역이다. 현재 러시아 연방에는 유대인들을 위한 1개의 자치주가 남아 있고, 다른 자치주는 모두 공화국으로 형태가 변경되었다. 자치주 역시 입법기관을 통해 법을 제정할 수 있고 자치주에 관한 연방법이 제정될 수 있다.

‘자치구'(Автономный округ)은 특정지역에 거주해온 토착민 등을 인정하여 형성된 행정구역으로 주 행정 단위보다는 자치권이 많지만, 공화국보다는 적다. 자치구 역시 입법기관을 통해 법을 제정할 수 있고 자치구에 관한 연방법이 제정될 수 있다. 특정 변경구 또는 주에 포함되는 자치구의 경우(네네츠, 야말로네네츠, 한티만시)에는 해당 자치구와 변경구 또는 주의 관계가 연방법 또는 두 행정구역의 협정으로 규정된다.


▲ 러시아 연방주체 구분도 © 이인선 통신원


▲ 연방관구 구분도 © 이인선 통신원

그렇다면 러시아 연방 정부는 어떻게 85개의 연방주체들과 함께 국가를 운영할 수 있을까? 푸틴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각 지역의 이익만을 위한 목소리만 난무한 상황이었다. 이에 2000년 5월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의해 연방 정부 개혁을 위한 계획의 일부로 연방주체들을 8개 연방관구로 묶게 되었다. 이렇게 묶인 각 관구에 러시아 연방 대통령이 임명한 ‘전권대표’가 파견되어 각 연방주체의 활동을 책임지고 관리하며 지역의 정보를 연방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체계로 운영함으로써 연방 정부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질 수 있었다.

러시아 연방은 기본 대통령중심제이자 연방공화제로 현재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푸틴 대통령과 통합러시아당을 중심으로 국민을 위한 러시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물론 메드베데프 총리가 당대표로 있는 통합러시아당뿐만 아니라 제1야당인 러시아연방공산당, 자유민주당, 정의 러시아당 등 정당이 있다. 우리 국회처럼 각 정당은 450명으로 구성된 ‘국가두마’라 불리는 하원의 의원으로 국가 운영에 함께한다.

하원이 있다면 상원도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상원은 85개 연방주체별로 행정권 대표 1명과 입법권 대표 1명을 임명해 170명이 구성한다. 상원은 주로 러시아 연방 구성 주체들 간의 경계선 변경 승인, 전시사태·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러시아연방 대통령령 승인, 러시아 연방 영토 밖에서 러시아 연방 군사력을 사용하는 문제 결정, 러시아 연방 대통령선거 공고, 러시아 연방 대통령 탄핵, 러시아 연방 헌법재판소·러시아 연방 최고재판소·러시아 연방 최고 중재재판소 판사들 임명, 러시아 연방 검찰총장의 임명 및 해임, 회계감사원 부원장과 회계감사원을 구성하는 감사위원 반수의 임명 및 해임, 법안 제출권 등의 권한을 가진다. 정리하자면 러시아 연방 정부의 독주가 아니라 85개 연방주체들과 함께 러시아를 위해 나아가는 것이 러시아 연방의 국가 운영 방침이다.

첫 번째 글을 갈무리하면서 러시아 국기와 국가 및 국가 문장에 대해 얘기를 하려고 한다.


▲ 러시아 국장 © 이인선 통신원


▲ 러시아 국기 ©이인선 통신원

러시아 국기는 위에서부터 ‘백색, 청색, 적색’의 세 가지 색으로 이뤄졌다. 백색은 고귀함과 진실, 자유, 독립을, 청색은 정직, 헌신, 충성을, 적색은 용기, 사랑, 국가와 자신에 대한 희생정신을 뜻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의미다.

러시아 국가는 ‘러시아 연방 찬가’로, 푸틴 대통령이 2000년 말 소련의 국가였던 ‘소련 찬가’를 작사한 세르게이 미할코프에게 새로이 가사만 적어줄 것을 요청해 현재 러시아인의 애국심을 보여주는 국가로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 국가 문장은 우리가 흔히 보았던 ‘쌍두독수리’가 그려진 문장이다. 빨간 방패 안에 그려진 쌍두 독수리는 러시아 전통의 계승과 중앙권력의 권위를 상징한다. 이 문장은 원래 비잔틴 제국의 문장이었으나 15세기 말 비잔틴 제국이 멸망한 뒤에 모스크바 대공국의 이반 3세가 동방 정교회의 보호자로서 황제의 역할을 자처하며 비잔틴 제국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17세기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독수리의 두 개의 머리, 오른발에 있는 홀과 왼발의 황금구는 각각 세속 통치자의 권위와 종교 통치자의 권위를 뜻하다가 오늘날에는 주권 수호와 국가의 통일성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독수리 머리 위의 3개의 왕관은 세속과 종교의 권위가 하나 된 러시아를 뜻했는데 오늘날에는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독수리 몸통 가운데 빨간색 작은 방패 안에는 성 게오르기우스(용자 에골리)가 말을 탄 채로 용을 창으로 찔러 죽이는 형상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초기 기독교의 순교자이자 14성인 가운데 한 사람인 성 게오르기우스는 모스크바의 수호성인이라 칭해지기 때문이다. 즉, 위협하는 것과의 투쟁이자 수도 모스크바를 지킨다는 수호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음 편은 러시아의 역사와 민중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이다.

출처 자주시보 글 이인선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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