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中에 “달러결제 함께 줄이자..서구 통제 벗어나야”

22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잇단 제재 부과에 대응할 방법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 달러 결제 비중을 줄여 서구 통제 국제 체제에 대한 의존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인터뷰에서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기술 발전을 제한하겠다고 선포했다. 따라서 우리도 자체 기술 독립성을 강화하고 달러 이외의 국가·국제 통화로 결제를 전환해 제재에 대한 노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서구가 통제하는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상황은 우리가 서구 파트너들의 기벽에 영향받지 않을 경제 사회적 정책을 구축하도록 한다”며 “이들은 다른 나라의 발전을 억제해 자신들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이념 중심 의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만이 아니라 서구 전체가 국제 무대에서 제재를 주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솔직히 이들은 고전적 외교 기술을 대거 잃었다”고 지적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외교 정치적 대화가 최후 통첩의 언어로 변모하고 상대방이 ‘실수를 인정’하거나 요구에 응할 것을 기대한다면 모든 외교가 멈춘다”며 “서방은 정치적 퇴짜를 당할 때마다 이미 그러고 있듯 제재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등의 이유로 2014년부터 강력한 경제 제재를 계속하자 ‘탈 달러’와 ‘친중’ 전략을 꾸준히 추진했다. 중국 역시 미국의 대중 견제 행보가 가속화하자 기술 개발과 내수 육성 등 자립 경제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중국의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22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중은 미국과 중국의 알래스카 고위급 대면 회담이 끝나고 겨우 며칠 만에 이뤄진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관여를 확대하며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본격화하자 이들 두 나라의 밀착도 심화하고 있다. 양국은 정치 경제 기술 분야에서 코로나19 대응까지 협력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와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EEU) 을 연계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북한, 이란, 시리아 등의 국제 문제에 관해서도 한목소리를 내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달 초에는 러시아 연방우주공사와 중국 국가우주국(CNSA)이 ‘달 정거장’을 함께 건설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우주 협력을 약속했다.

양측이 급속도로 밀착하면서 일각에선 중국과 러시아가 정식 동맹을 맺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다만 중국 국방부는 관련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