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최영장군 옛이야기 속 <인민이 스승> 교훈 전해

사진 1953년 8월 강선제강소의 노동자들과 전후복구건설문제를 놓고 마주 앉아 대화하는 김일성주석  100년 뿌리깊은 <인민이 스승>체험
백성이 선생이다

1374년 8월, 최영이 25 600여명의 군사와 314척의 함선으로 편성된 원정군의 앞장에 서서 기세드높이 제주도로 향했다.

당시 제주도에서는 원나라침략자들의 잔존세력이 둥지를 틀고앉아 좋은 말과 특산물들을 제 마음대로 날라가고 있었다. 게다가 명나라에서 또한 제주도말을 탐내면서 계속 요구하였다.

그리하여 고려정부에서는 제주도에서 원나라침략자들을 내몰고 징벌하는 일을 도통사 최영에게 맡겼다. 원정군이 제주도에 이르렀을 때 원나라 침략자들은 3 000명의 기병을 끌고 명월포에서 대항해나섰으나 최영은 그들에게 무자비한 참패를 안겼다. 그후 여러 전투들에서 심대한 타격을 받은 적의 두목 중 일부는 피할길 없는 파멸을 눈앞에 두고 자살하거나 항복하였다.

고려군은 적패잔병의 마지막지탱점인 제주성을 포위하고 맹렬하게 공격했다. 그러나 적들도 성문을 굳게 닫고 필사적으로 저항하고있어서 여러가지 전법을 써보았으나 군사만 잃을뿐 성과가 나지 않았다. 성을 빼앗을 묘한 방도가 떠오르지 않아 최영이 산등성이에 올라 하늘만 쳐다보고있는데 아래쪽에서 보습으로 밭을 갈고있는 한 늙은이의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이놈의 소가 왜 이리 꾸물거려. 미련하기가 최영이를 닮았나, 쯔쯔…>

최영은 급히 언덕아래로 내려갔다. 그는 치미는 분기를 애써 누르며 노인에게 말했다.

<노인에겐 저 험한 성벽과 게다가 그것을 둘러싼 가시덤불이 보이지 않는고?>

최영의 말에 노인은 태연히 마주보며 응답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나라와 백성을 진심으로 위하는 사람은 그것을 오히려 적을 잡는 함정으로 만들수 있을것이옵니다.>

최영은 노인의 말을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이날 저녁 최영은 노인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는 노인과 무릎을 마주하고 제주성에 틀어박힌 적을 어떻게 하면 칠수 있겠는가를 진지하게 의논하였다. 최영이 성을 칠 군사계책을 내놓으면 노인은 제주도의 지형과 풍토, 풍습에 맞추어 묘한 의견을 보태주었다. 그 의견은 비록 소박했으나 최영에게는 더없이 소중하였다. 의논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최영은 밝은 얼굴로 노인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날더러 익지 않은 감을 억지로 먹겠다고 조급하게 서두르다가 목이 메지 말고 다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으라 이 말이겠소? 고맙소, 노인장.>

노인과 헤어진 최영은 즉시에 군사들을 풀어서 성을 먼발치로 물샐틈없이 에워싸고 노인의 집과 마을에 파수를 세워 적들이 얼씬도 못하게 하였다. 그동안 마을에서 남정네들은 농사를 짓고 아낙네들은 바다에서 해삼이며 전복 등을 부지런히 따들였다. 그런데 노인만은 집안에 앉아서 풀씨를 넣은 봉투를 연에 매달고 마을쪼무래기들을 모아다 연싸움을 시켰다.

어느덧 날과 달이 흘러 산지사방에 뿌려진 풀씨들에서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다. 음력 10월이 되었다. 드디어 제주도에 유명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제주성주변의 무성한 잡초와 가시덤불을 바싹 말리워버렸다. 바로 이런 때 마을노인이 희색이 만면하여 최영을 찾아왔다.

<장수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노인장도 편안하셨소?>

한 사람은 나라의 큰 장수이고 또 한사람은 이름없는 섬마을 늙은이였으나 두 사람은 소꿉시절 친구처럼 반갑게 만났다.

<장수님, 우리 마을 백성들은 싸움준비가 다 되었소이다.>

<우리 군사들도 그동안 성을 쳐들어갈 조련을 다 끝내고 기재들도 준비했소.>

<그럼 이젠 군령을 내리셔도 되겠소이다.>

<알겠소. 곧 령을 내리겠소.>

<그럼 저희들도 그 령을 받을 태세를 취하겠소이다.>

<어떻게?>

<먼저 군사들이 성을 칠 길부터 열지요.>

노인은 그 길로 마을 젊은이들을 시켜 성주변의 풀밭에 불을 놓았다. 바싹 마른 풀밭에 지른 불은 세찬 바다바람을 받아 해일처럼 욱욱 제주성쪽으로 밀려갔다. 땅과 함께 하늘도 불타고 성도 불타는것 같았다. 최영은 노인이 섬의 풀이 바싹 마르고 바다바람이 세게 불 때를 기다렸다는것을 알고 다시 한번 감탄했다. 최영은 총공격명령을 내렸다. 불타서 번번해진 산비탈에 바위돌들이 한벌 쭉 깔린것이 다 드러났다. 기세충천한 고려군사들은 적이 쏘는 화살을 이 바위돌들에 의지하여 요리조리 피하면서 성밑으로 다가붙었다.

최영은 노인이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사람은 무성한 가시밭도 적을 치는 함정으로 만들수 있다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풀이 무성했을 때는 적들이 거기 숨어서 아군에게 활을 쏘았으나 풀이 다 마른 지금은 그 풀이 적에게 불공격을 하는 유리한 조건을 지어주는것이 아닌가! 공격하는 군사들이 긴 사다리를 가져다가 성벽에 촘촘히 세워놓고 그것을 타고 올라가는것이 보였다. 활 잘 쏘는 궁수들이 돌바위뒤에 숨어서 성벽을 타고오르는 아군을 엄호해서 쏘는 화살이 비발처럼 날아갔다. 풀이 불타는 자욱한 연기에 취해버린 적군은 미처 정신을 차리지 못한채 성벽을 넘어온 아군에 의해 무우밑둥 잘리듯 쓰러졌다. 그처럼 공격에서 애를 먹던 성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함락되였다.

백성의 힘과 지혜에 군사가의 전법을 합친 최영의 벼락같은 공격에 궁지에 빠진 적장은 절벽에서 떨어져 목숨을 끊었다.

전장을 다 수습한 최영은 군사를 이끌고 돌아가게 되였다.

승리한 군사들이 부두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마을사람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있었다.

최영이 군막에서 나와 노인의 손을 뜨겁게 잡고 말했다.

<로인장, 어떻게 그런 묘한 수를 생각했소?>

<별게 아닙니다. 우리 고장에서는 예로부터 말을 많이 길러왔지요. 그 말먹이를 보장하기 위해 해마다 연에다 풀씨봉투를 매달아 산지사방에 뿌리고 무성한 풀밭에서 말을 먹인 후 풀이 다 마르면 다음해의 풀판준비를 위해 불을 놓군 합니다. 게다가 우리 고장엔 바람과 돌이 유명하지 않습니까. 이 고장 풍속과 지형을 이용했을뿐입니다.>

그의 말에 최영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는 부하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아무리 용맹한 장수라 한들 평범한 백성들의 지혜를 빌리지 않았더라면 제주성의 점령이 힘들었을것이다. 과연 백성이야말로 훌륭한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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