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언론 민플러스에서 북의 정치를 연구하며 그 연구내용을 연재하고 있다. 6월 29일자 연구내용을 소개한다.
생태백신과 보물산
금강산생태보호구의 어린 섬참새
이태원 클럽발 수도권 코로나 재확산으로 온 나라에 근심이 가득하다. 가을에 2차 감염이 대유행할 것이라는 뜬소문이, 이제는 정말 그럴 것 같은 생각마저도 든다.
치료제와 백신이 하루빨리 개발되어 시판되기를 온 인류는 갈망하고 있으나 안전한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한참 걸린다고 한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로 코로나19가 정복되어도 또 다른 강력한 바이러스가 출현될 수 있다고 한다.
그 근본원인은 환경오염과 자연훼손으로 인한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파괴에 있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동식물 서식지의 파괴 등 불안정한 서식 환경이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숙주 동물 내의 바이러스가 매개체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된다는 것이다. 생태계 파괴 속도가 빨라지면서 바이러스 역시 다양한 종류가 빠르게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그래서 최재천 석좌교수는 ‘화학 백신’보다 더 강하고 근본적인 백신은 ‘생태 백신’이라고 강조한다.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건너오지 못하도록 야생동물의 안정적인 서식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환경보호, 자연보호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의 트럼프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환경보호보다는 자본가의 이익을 우선한다.
지구의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2℃ 이상 상승하지 못하게 하자는 목표로, 195개국의 합의하에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이 마련되었는데 2017년 6월 1일 미국이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힘을 쓰면 일자리가 사라지고 미국 경제에 해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블룸버그 사설은 “트럼프는 ‘부끄럽게도’ 인류의 가장 거대한 위협으로부터 싸우는 것을 포기한다”고 썼다.
그렇다면 북은 생태환경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나무가 울창하고 백화가 만발하여 금수강산이라고 불리워 왔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통치로 인해 조국산천은 곳곳에 상처를 입었다. 1946년 3월 2일 김일성 주석은 모란봉에 올라 상처 입은 조국산천을 바라보며 나무를 많이 심어 모든 산들을 푸른 숲이 우거진 인민의 낙원으로 바꿀데 대한 구상과 의지를 표명하였다. 북은 이날을 기념하여 식수절로 정하였다.
김일성 주석이 1967년 조국산천을 보호하기 위해 묘향산의 금광개발을 막은 일화가 이북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 일화를 『절세의 위인 2』에서 인용해 본다.
“…사실 그때로 말하면 금 한그램이 아쉬운 때였다. (중략) 그런데 회의에서 장군님께서는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금을 캐는 것을 그만두어야 하겠다고 말씀하시었다.
장군님께서는 그곳에 광산을 차려놓으면 발파소리에 묘향산의 새들이 다 날아난다, 묘향산의 희귀한 청조를 비롯하여 꾀꼬리, 홍방울새, 노랑할미새, 박새, 바위종다리, 멧종다리 등 이런 새들이 발파소리에 놀라 다 날아난다, 또한 묘향산에 선광장을 건설한다면 거기서 나오는 폐수에 청천강이 오염되고 그렇게 되면 그곳의 은어를 죽인다, 우리는 아름다운 묘향산을 금 몇톤과 바꿀 수 없다. 장군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묘향산 개발계획을 취소시키시었다.
이렇게 되어 묘향산은 조그마한 허물도 없이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게 되었으며 청천강은 예대로 맑은 물을 담고 흐르게 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러한 조국산천에 대한 사랑을 애국심이라고 정의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2년 8월 임업노동자절 30돌을 맞아 임업 일군과 근로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열렬한 애국심은 나서 자란 조국산천의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라도 아끼고 사랑하는데서 표현되는 구체적인 사상감정입니다. 나는 공장과 건설장에서 일하는 로동자들과 조국의 외진 초소를 지켜선 군인들을 찾아가는 길에서 밀림 속을 지나거나 무성한 숲을 볼 때면 기분이 아주 상쾌하고 마음이 더없이 즐거워지며 자연히 숲을 가꾸어온 사람들의 뜨거운 애국심과 숨은 노력에 대하여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온 나라에 나무를 심고 가꾸며 귀중히 여기는 기풍이 차넘치게 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나라의 모든 산을 산림이 무성하게 하여 숲에서 먹을 것도 나오고 입을 것도 나오는 황금산, 보물산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
그러나 고난의 행군 시기 북의 황금산, 보물산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95년부터 시작된 고난의 행군시기에 산림은 황폐화되고 곳곳에 생땅이 드러났다. 식량 부족으로 니탄에 나무껍질과 풀뿌리를 섞어 대용식품을 만들었고 나무 땔감을 썼다. 산에 나무가 얼마 없다보니 장마와 가뭄에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1997년 3월 김정일 위원장은 로동당 책임일군들과 한 담화(《풀 먹는 집짐승을 많이 기를데 대한 당의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자》)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뙈기밭을 일구느라고 나무를 망탕 찍어 벌거숭이가 된 산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 일군들은 나무를 찍는 것을 보고도 별로 가슴 아파하지 않으며 지어 일군들 자체가 나무를 망탕 찍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군들에게 향토애도 없고 애국심도 없는 것 같습니다.”
2015년 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였다. 책임일군들과 한 담화(《전당, 전군, 전민이 산림복구전투를 힘있게 벌려 조국의 산들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하자》)에서 이런 의지를 표명했다.
우리는 후대들에게 벌거숭이산, 흙산을 넘겨주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뜻을 받들어 앞으로 10년안에 모든 산들을 푸른 숲이 설레이는 보물산, 황금산으로 전변시키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며 의지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생태환경보호, 산림복구 및 보호를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중요한 정치적 사업”으로, “내 나라, 내 조국의 부강발전과 후손만대의 번영을 위한 최대의 애국사업”으로 내세웠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있어서 “내 나라, 내 조국의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는 곧 조국이고 민중이고 미래였다. 그리고 그것을 김정일 애국주의라고 불렀다.
북의 지도자들이 직접 시험포전을 만들어 다양한 식물종자를 연구하는 것은 하나의 전통처럼 이어저 왔다.
2013년 6월 2일 노동신문 정론 <내 나라의 푸른 잔디>에서는 “최고사령부 뜨락에 잔디시험포전을 꾸려놓으시고 수많은 품종의 잔디를 시험재배하고 계신다”, “하루 이틀도 아닌 몇 해째나 시험포전에 물도 주시고 생육상태를 구체적으로 관찰하시며 잔디연구사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의 국토관리사업이나 나무심기 사업을 산림훼손이 심한 저개발국가의 동원사업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인류가 겪고 있는 문제는 난개발로 사라지는 숲을 막고, 자연개발을 하더라도 친환경적 생테적 관점에서 진행하는 문제이다. 북은 이런 자연개발문제가 지도자의 직접 관심사이자 직접 장악하고 실행하는 문제로 되어있다.
▲ 세포축산기지 [사진 : 조선중앙통신 캡처]
세포지구건설은 북의 지도자가 이런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려고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2015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은 책임일군들과 한 담화(《세포지구 축산기지건설을 다그치며 축산업발전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자》)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세포등판에 좋은 품종의 풀씨를 심고 풀판비배관리를 과학기술적으로 하여야 합니다.
풀판에는 오리새와 자주꽃자리풀, 토끼풀을 비롯한 좋은 품종의 먹이풀을 심어야 합니다. (중략) 먹이풀판을 논밭을 가꾸듯이 비료와 농약을 치고 관수를 하면서 잘 가꾸어야 합니다. 내가 해당 일군들에게 《풀판조성과 목장들》이라는 도서를 보내주었는데 다른 나라들의 좋은 풀판조성경험을 우리 실정에 맞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세포지구 축산기지>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에 의하여, 2012년 9월 22일 착공하여 2017년 10월 말에 준공된 세계 최대의 목장이다. 인간이 살 수 없는 산간오지에 과학기술과 황금산, 보물산, 김정일 애국주의 정신이 녹아든 축산단지를 만든 것이다. 아마 전문가들이 이 축산기지를 직접 탐방한다면 ‘생태백신’의 모범이라고 부를만 하다. 북은 스스로 이 사업을 ‘대자연개조’, ‘인간승리’, ‘생태환경의 모범적 창조’의 세계적 본보기라고 부르고 있다.
현재 이북은 김정은 위원장이 생태환경보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지니고 이를 전 국가적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나무를 마구 찍는 것은 역적행위”라며, “산림보호이자 토지보호, 생태환경보호이고 경제보호사업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나라의 산림을 보호하기 위한 사업을 강하게 밀고 나가야”한다고 역설하였다.
이북은 2015년에 산림 조성 및 복구를 위한 ‘산림포고문’을 발표하였다. 이 포고문에는 ‘산불을 일으키거나 특별보호림구역을 훼손하는 경우 중형에 처한다’는 방침이 포함되어 있다.
작년 12월 말 로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의정 결정서 8항목 중 세 번째의 내용(‘생태환경을 보호하며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인 위기관리 체계를 세울 것이다.’)은 생태환경보호를 당과 국가가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5월 22일 유엔이 정한 ‘국제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노동신문은 <인류의 공동과제-생물다양성의 보호>라는 기사에서 “현재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인구, 식량, 자원, 에너지, 환경 등 5대 문제가 모두 생물다양성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인류 공동의 과업”이라면서 앞으로도 생물다양성협약 체약국으로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아마존의 숲이 사라지거나 생태환경을 파괴해 온 보도들, 주변 아파트 건설현장, 미세먼지 등을 보면 생태위기, 기후위기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진다. 재차 확산되는 코로나위기로 이러한 위기를 더욱 피부로 느끼게 된다.
자본주의와 지구의 생태환경이 서로 공존하고 양립할 수 없다면 과연 인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전을 뭐로 하고 어떤 세상을 건설할 것인가? 새로운 관점과 상상이 필요하다.
세계의 거부들은 코로나 등 전염병을 피해 섬을 사서 산다지만, 절대 다수의 민중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