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193km (120 마일) 길이의 수에즈 운하는 중요한 해상 노선이자 전 세계 해상 무역의 10 %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분주 한 수로이며 무역로 중 하나이다. 1869 년에 처음 문을 연 이래 계속해서 현대화되고 확장되었다. 2019 년에는 10 억 톤이 넘는 약 18,880 척의 선박이 수로를 통과했다. 수로를 통과하는 데만 평균 12 ~ 16 시간이 걸린다.
이달 23일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해 일주일째 운하를 가로막고 있던 ‘에버 기븐호’의 부양작업이 성공해 오늘 다시 정상 항로로 복귀했다.
수에즈운하관리청은 29일(현지시간) 에버 기븐호가 부양에 성공해 이날 운하 통항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에버기븐호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4시쯤 다시 물에 떠올랐다고 전했다. 작업팀은 이어 수에즈 운하 제방에 박혀 있던 에버기븐호 뱃머리를 빼내 수로 방향으로 돌렸다. 선박 위치 추적 사이트인 ‘베셀파인더’에 따르면 하루 전까지만 해도 제방에 닿아있던 뱃머리가 떨어져 있는 것이 확인된다.
에버기븐호는 대만 선박 회사 에버그린이 운영하는 길이 400m, 폭 59m, 무게 22만t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에버기븐호는 지난달 말레이시아를 출발해 수에즈운하를 거쳐 31일 네덜란드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3일 에버기븐호의 뱃머리가 운하 제방에 박히면서 좌초했다. 선체 길이가 수에즈운하 폭인 280m보다 길어 선박이 대각선 방향으로 좌초하면서 운하 통항을 막아 엄청난 교통 체증이 일어났다. 선박이 좌초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초강풍, 기계 고장, 사람의 실수를 원인으로 거론하고 있다.
에버그린은 이달 25일 네덜란드 ‘스미트 샐비지’와 일본의 ‘니폰 샐비지’를 구난 업체로 지정하고 인양에 나섰다. 작업팀은 선박의 부양 작업을 위해 뱃머리가 박힌 제방에서 모래와 흙을 2만7000m³ 가량 퍼냈고 14대가 넘는 예인선을 투입했다.
선박을 쉽게 뜨게하려면 선박의 무게를 줄여야 한다. 컨테이너선인 에버그린호의 경우 배에 실린 약 2만 개의 컨테이너를 내리거나 선박평형수를 빼야 한다. 수에즈운하관리청은 27일 에버기븐호에 실린 약 9000t의 선박평형수를 빼내 무게를 줄였다. 선박평형수는 배의 무게 중심을 조절하기 위해 배 안에 넣는 바닷물이다. 배의 무게 중심이 높으면 한쪽으로 쏠리거나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배에 화물을 많이 실으면 선박평형수를 버리고 화물을 내려 배가 가벼워지면 다시 선박평형수를 배에 채우는 식이다.
에버기븐호가 선박평형수를 빼도 움직이지 않자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날 컨테이너 일부를 내리는 방안도 고려하라고 지시했다. 배에서 컨테이너를 내리려면 추가 장비가 필요하고 바다 위에서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이날 선박평형수만 빼내는 정도로 부양 작업이 성공하면서 컨테이너 하역은 없었다. 수에즈운하를 운영하지 못해 하루에 1500만 달러(약 169억 8000만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을 아낀 셈이다.
에버기븐호가 이날 정상항로로 복귀하면서 양측 입구에 대기하던 각국의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약 369척의 수에즈 운하 통항도 재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