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냄새 맡고 안다…유익균? 병원균?

생명硏, 뿌리의 미생물 군집 조절 기작 규명

식물은 이웃 식물에게 해로운 미생물의 존재를 어떻게 알릴까. 국내 연구진이 식물들이 병충해에 맞서기 위해 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알아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류충민 감염병연구센터장 연구팀은 식물이 이웃 식물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잎에서 잎으로 냄새를 전달하면서 뿌리에 있는 미생물의 종류를 선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식물의 뿌리는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산물의 약 30%를 분비한다. 미생물에게는 뿌리가 주요한 영양분 공급처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뿌리 주변에는 유익균과 병원성 미생물이 모두 존재한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식물에 병충해가 발행하면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뿜어내고, 이를 통해 이웃한 식물에게 해충의 공격을 알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착안해 식물이 뿌리 근처의 유익균과 병원균도 구분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류충민 감염병연구센터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식물이 유익균을 선별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토마토 뿌리에 유익균을 뿌린 뒤 옆의 토마토가 어떻게 자라는지 관찰했다. 토마토에 유익균을 뿌리자 ‘베타(β)-카이로파일렌’이라는 냄새 물질이 만들어졌고, 이 물질은 잎을 통해 배출돼 옆의 토마토로 전달됐다. 그리고 냄새 물질을 흡수한 토마토의 뿌리에서는 ‘살리실산’이라는 물질이 생성된 사실을 확인했다. 살리실산은 식물의 호르몬 중 하나로 생장을 촉진한다.

연구팀이 양쪽 토마토 뿌리 주변의 미생물 군집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비슷한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류 센터장은 “식물은 공기 중으로 냄새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생장에 유리한 유익균을 선별한다는 뜻”이라며 “유익균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이용해 뿌리 미생물을 조절하면 식물의 생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미생물 생태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국제미생물생태학저널(ISME Journal)’ 9월 24일자 온라인판에 먼저 공개됐고, 2021년 1월호에도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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