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철군에 실패할 것 같은 미국
글: 다나카 사카이 번역: 21세기코리안뉴스 기자 김봉호 2021 년 3월 28일
3월 25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진행한 첫 기자 회견은 바이든이 치매라는 의심을 키워주었다. 바이든은 이날 기자의 얼굴 사진과 이름과 회사명, 질문 내용, 질문 기자의 순번, 그리고 적절한 답변을 담은 예상문답집을 읽는 형태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바이든이 정치 초심자라면 예상문답집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바이든은 50년 가까이 상원의원과 부통령이라는 요직을 지냈기에 미국의 국내외 정책을 숙지하고 기자회견에도 익숙한 대 베테랑이다. 보통이라면 예상문답집이라는 것은 필요 없다. 바이든은 건강상태가 보통이 아니어서 치매를 드러내는 때가 있기 때문에 예상문답집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공화당 지지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회견 전에 질문을 미리 내도록 했으며 바이든이 어떻게 대답할지 하는 예정마저 알려줬다는 것이 새어나가 회견 며칠 전에 문제가 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바이든이 예상문답집에 의지하고 있었던 것을 사실이라고 알 수있다.
이날 바이든의 기자회견에서 뉴스가 된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5월 1일이 기한인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철수완료를 수행하기 어려워 몇 달 더 연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바이든의 표명이었다. 미군의 아프간 주둔이 11월까지 연장될 것이라는 예측기사도 나오고 있다. 지난번 글에 쓴대로 미국 정부는 직전 대통령 트럼프가 2020년 2월에 아프가니스탄 최강세력인 무장단인 탈레반(미국에 의해 축출된 전정권)과 ‘도하 합의’를 맺고 미국군은 올해 5월까지 철수하는 대신 탈레반은 미국이 만든 괴뢰정권(가니 대통령)과 연립정권을 만들게했다. 바이든은 미군의 장비 반출이 늦기 때문에 도하 합의에 포함된 미군의 철수 시한을 지킬 것 없다는 취지를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이 철군연기 표명에 대해 미국의 외교 전문가들(군산 기득권층)로부터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장비 반출이 기한까지 끝나지 않더라도 미 정부가 서둘러 철수하는 자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 탈레반 측은 미국을 합의 위반이라고 비난공격해 오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전쟁이 계속된 산악국가 아프가니스탄은 교통이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모든 물자의 수송이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 반출이 지연되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될 나라가 아니다. 반출이 늦는다면 기자회견에서 세계에 공표하는 것이 아니라 탈레반에 “반출이 늦지만 될수록 서둘러 철수를 완료”하겠다고 비공식적으로 전하기만 해도 좋은 일이었다. 바이든이 회견에서 반출 지연을 이유로 철수기한을 연기한 것은 탈레반에서 보면 반출 지연을 빌미로 도하 합의에 의도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최근 탈레반이 여전히 알 카에다와 사귀고 있기 때문에 합의 위반이라고, 탈레반이 전투를 자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합의 위반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들은 미국이 철수 기한을 지키지 않아 합의 위반을 한 것임에도 위반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다미는 전법인 것이다. 미군의 현장은 명령이 있다면 5월 1일까지 철수를 완료할 수 있다고 말하고있다. “늦기 때문에 주둔을 연장”한다는 것은 속임수 말이다.
바이든 정권이 비밀리에 탈레반과 협상하고 미군철수 연기를 양해받은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국 측 (괴뢰 정권)과 탈레반과의 화해 협상은 올해 2월부터 정체하고 있다. 미군의 철수가 진행됨에 따라 현지의 전력 면에서 탈레반의 더 우세해지기에 탈레반은 괴뢰정권과의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게 되어 있다. 괴뢰정권 쪽도 협상이 끝나 미군이 철수하면 자신들이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궤멸된다고 알기 때문에 탈레반과의 협상을 진전시키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런 정체 상황 속에서 미국과 탈레반 사이에서 비밀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탈레반은 옛부터 외국군대철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미국 측이 상당한 양보를 추가하지 않는 한 탈레반은 미군의 철군 연기를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트럼프가 탈레반에 큰 양보를 해서 도하 합의를 맺은만큼 더 이상 양보하기는 어렵다. 이 점에서도 비밀협상은 없을 것 같다.
바이든은 아무것도 탈레반과 상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몇 달의 철수 연기를 발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최악의 선택이라고 “외교 전문가”들도 비난하고 있다. 철수할 마음이 있다면 서둘러 반출을 진행하는 게 좋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늦는 부분이 있어도 괜찮다. 철수를 연기한다면 탈레반과 협상하고나서 발표해야한다. 바이든의 처사는 도하 합의의 일방적인 파기를 의미한다. 4월에 들어가서도 이대로 우물쭈물하면 탈레반이 미군과 정부군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것이다. 미군은 2,500명 (일설에는 3,500명) 밖에 없기 때문에 이대로는 탈레반의 공격에 버틸 수 없다.
탈레반에 반격하기에는, 새로운 예산을 짜서 미군의 가파른 증원, 파병을 다시금 필요하다. 코로나 경제대책에 재정지출을 조금이라도 더 내놓야 할 때 외교협상 실패 때문에 아프간 재파병 자금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렵다. 미군의 충분한 재증파가 가능하지 않다면 베트남전쟁의 사이공 함락처럼 미군이 탈레반한테 완패, 패주하는 사태가 된다. 그렇게 되면 어느 면에서도 바이든 정권에 대한 평가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 트럼프가 정한대로 5월 1일에 철수 완료의 자세를 답습하고 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터인데 왜 철수 연기 등과 같이 불필요한 말을 해버렸는지, 라는 이야기이다.
바이든 정권이 철수 연기를 꺼낸 이유는 카불의 괴뢰정권을 어떻게 해서든지 살려두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의 탈레반과의 평화는 겉으로는 괴뢰정권과 탈레반과의 화해를 목표로 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군사적으로 괴뢰정부의 군대를 을 짓부술 것이라는 예측이다. 트럼프는 괴뢰정권 따위는 무너져도 좋으니 미군의 무사 철수만을 중시하고 수행하는 술책이었다. 탈레반은 인권침해, 비민주적인 정권이라고 되어 있지만 인권외교의 허위성을 트럼프는 잘 알기 때문에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렇지 않다.
미국이 만든 괴뢰정권은 민주적이고 인권중시적이지만 탈레반은 다르다. 탈레반이 정권을 빼앗고 아프간인의 인권과 민주가 짓밟히면 2001년 이래의 아프간에서의 미국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그것은 안된다.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여 괴뢰정권과 탈레반과의 화해협상을 서둘러 진행한 것이었다. 그래서 철수 연기가 필요하다면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바이든 정권의 생각이다. 인권중시란 좋은 말이긴 하지만 그것에 매달린 나머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재발하여 많은 아프간인들이 살해되고 미군은 철수가 아니라 다시 증파되어 인권중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태인 전쟁에 다시 돌입한다. 모두가 꺼려하는 영구전쟁이 계속되고 만다. 인권중시따윈 무의미해진다.
애초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인권이나 민주를 진행한 책략은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의 괴뢰국가로 계속 남아있는 한도 안에서 인권이나 민주가 충실하다는 잘못된 구도를 가지고 있다. 아프간인의 국가적 자립심이나 민족주의는 침해되고 있으며 아프간인은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인권침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세계에는 전후 일본인처럼 국가적 자립심을 망각, 방기하고 괴뢰국가임을 75년 동안 계속하여 기뻐하는 얼뜨기들도 있지만). 인권이나 민주의 추진을 이유로 외국을 군사침공하여 사람들을 대량으로 살해하고 정권을 전복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괴뢰정권따위는 무너져도 좋다. 괴뢰정권의 존속을 사실상 무시하고 탈레반을 달래면서 미군을 철수시키려 한 트럼프가 옳았다.
바이든이 아프간 철수의 연기를 말하기 전에 블링컨 국무 장관은 아프간 정권의 가니 대통령에게 비공개 서한을 보내 빨리 탈레반과의 화해협상을 진행시키라는 압력을 가했다. 미국 정부는 3월 7일에 이 편지가 노출된 시점에서는 아직 예정대로 5월 1일까지 미군철수를 하려고 했었다. 5월의 철군 이전에 아프간 괴뢰정권과 탈레반과의 화해를 성립 시키려면 서둘러 알려줘야 한다. 여러가지 이유를 붙여 탈레반과의 협상을 지연하고 있는 괴뢰정권의 가니 대통령에게 강한 어조로 협상을 서두르라고 말해야 한다. 따라서 블링컨 서한은 거만한 자세로 쓰여져 있다.
이 서한에서 블링컨은 아프간 평화협상은 향후 미국이 중재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 이란, 파키스탄, 인도가 들어간 다극형 중재체제를 유엔 안에 만들어서 하게 되며 그 밖에 터키도 중재역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다극형의 아프간 평화중재 구도를 인정한 것은 드문 일이다. 게다가 미국은 구적이랄 만한 이란마저 중재역으로 인정하고 있다. 지난 회의 글에서 썼던 다극형 아프간 관리 구도가 드디어 실현되고 있는 듯하다고도 읽을 수 있다. 여기에 열거된 나라들은 모두 다극형 중로패권을 체현하는 조직인 “상하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참가국이다.
하지만 블링컨 서한의 목적은 “미국에 의존한 나머지 미군 철수 뒤를 대비한 탈레반과의 화해와 연립정권에 관한 협상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괴뢰정권의 가니 대통령에 빨리 탈레반과 화해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이 서한에서 미국이 단독패권이 아니라 다극형 아프간 중재 구도를 언급한 의미는 “드디어 미국이 다극형 패권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아프간 평화 중재 구도가 앞으로 다극형으로 되기 때문에 가니 정권은 미국에 의존을 계속할 수 없게 된다는 것. 그래서 빨리 탈레반과 화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압력을 넣기 위해 다극형을 강조해 보여줬던 것일 뿐이라고도 생각한다.
아프간 평화 중재의 구도는 오래 전부터 다극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중재와 별도로 러시아가 주도하는 중재가 있고 거기에 중국과 이란도 참여해왔다. 3월 18일에도 모스크바에서 아프간 평화회의가 열리고있다. 단지 지금까지는 참가자가 이곳 저곳에 들어가 있어도 미국의 중재와 러시아의 중재는 별도로 진행되었으며 그들 사이의 제휴는 비공식적인 데에 머무르는 경향이었다. 단독패권에 집착하는 미국은 다극형 패권 운영을 정식으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미국이 그 경향을 이번 블링컨 서한에서 바꾼 것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향후 미군이 탈레반에 약속한 5월 1일의 철수 시한을 지키지 않고 주둔을 계속하면 미국 측이 본의아닌 미군 재파병을 하게 되고 탈레반이 카불을 탈환, 괴뢰정권을 무너뜨려 미국이 사이공 함락처럼 아프간에서 패퇴할 가능성도 강해진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국 외교력과 정치적 신용이 떨어지고 미국은 아프간 평화를 중재할 수 없게 되며 다극형 중재로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바이든의 아프간 철군 연기는 패권의 다극화를 무심코 혹은 숨어서 다극주의적인 의도 몰래 진행해 버리는 것이 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미국괴뢰정권과 탈레반과의 화해는 누가 중재해도 대개 성공하지 않는다. 화해는 미군이 철수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미군이 철수하면 괴뢰정권은 뒷배를 잃고 기왓장처럼 부숴지고 무력으로 탈레반한테 짓밟히게 된다. 아프가니스탄 정권은 탈레반한테 되돌아온다. 이 흐름 속에서 미국은 아프간에 대한 영향력을 잃고 아프간 평화는 다극형 중재가 된다. 그 무렵에는 괴뢰정권도 이제는 없어졌을 것이기에 아프간 평화란 탈레반 신정권이 파슈툰 동포 이외의 제세력을 거둬들이기 위한 화해협상이라든가 탈레반 신정권이 국제적인 인지를 얻기 위한 것으로 된다.
미국의 패권은 떨어지고있다.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다. 미국은 패권이 떨어지는 만큼 중국과 러시아에 패권운영을 하게 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와 사이좋게 지내는 자세를 보일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에 협력하는 모습으로 패권운영을 할 생각이다. 하지만 실제 바이든 정권의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적대시를 강화할 뿐이다. 이것은 미국의 패권을 더욱 저하시켜 다극형으로의 패권전환을 앞당기는 결과가 된다. 바이든 정권은 얼간이 아니면 숨은 다극주의이다. 아마 후자이다.
블링컨 서한에는 아프간 평화중재를 새로이 터키에 의뢰한다는 이야기도 적혀 있다. 4월에 터키가 아프간 평화회의를 열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터키는 그동안 미국 주도의 아프간 평화협상 마당이 되어온 카타르처럼 무슬림 동포단과 알 카에다 등 수니파 이슬람주의를 키우는 것을 정부의 비공식적인 전략으로 삼아 왔다. 카타르는 이 전략의 구체적 책략의 하나로서 이슬람주의 세력인 탈레반을 지원하고 탈레반의 외교적 거점을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위치하도록 해주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미국의 아프간 평화협상은 도하에서 열려 왔다.
터키도 카타르도 알 카에다 등 이슬람주의 세력을 키우는 미국 첩보계의 중동지배책략에 협력해 왔다. 미 첩보계는 이슬람주의 세력을 키워가는 한편 그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거대한 적으로 만들어 “반테러전쟁”이라는 구도를 만들어 미군의 중동지배를 유지해 왔다. 오바마 정권이 미군의 아프간 철수 문제를 꺼냈기에 탈레반은 미국의 협상 상대가 되었지만 그때까지 탈레반은 미국의 원수였다. 카타르에 탈레반의 거점을 두게 했던 것은 탈레반의 속사정을 미국이 카타르를 경유해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카타르 외에 터키가 새로운 아프간 평화의 중재자로 나타났다. 카타르는 앞으로도 계속 친미국가이겠지만 터키는 권위주의적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터키의 패권 확대를 희구하는 전략을 갖고 NATO 안에 있으면서 미국에 대들거나 대립하여 비미, 반미 국가인 것으로 보이게 하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터키는 앞으로도 이슬람주의 세력과 밀통을 계속할 것이겠지만 그것은 미국 첩보계의 하청 때문에서가 아니라 터키 자신의 패권 확대를 목적 때문인 것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터키는 새로운 아프간 평화의 중재자라는 것을 자칭하고 바이든의 미국도 터키에 그것을 의뢰한다고 말하고 있다.
카타르는 앞으로도 친미국가이지만 터키는 반미, 비미 국가가 되어 간다. 카타르가 중재한 아프간 평화는 미국의 위한 것이었지만 터키가 중재할 아프간 평화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 파키스탄 등 다극형 중재의 일부가 된다. 터키와 카타르는 사이가 좋다. 터키 군이 카타르에 주둔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간 평화 등 패권운영 면에서 터키와 카타르는 정반대의 역할을 맡게 된다.
바이든 정권은 최근 터키가 1차 대전 중 아르메니아인을 학살했다고 하는 문제를 미국으로서 공식적으로 비난한다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터키는 “아르메니아인 학살”에 대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제1차 대전에서 영국의 적으로 돌아선 터키를 전쟁범죄로 비난하기 위해 영국 등이 꾸며낸 누명이라고 말하고있다. 터키는 미국 등으로부터 아르메니아인 학살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히 격노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바이든 정권은 터키가 다극형이며 반미적인 독자패권을 확대하기 위해 아프간 평화의 중재자가 될 것을 인정하는 한편 아르메니아인 학살 문제로 터키를 화나게 만들어 터키의 반미감정을 선동하고있다. 바이든 정권은 숨은 다극주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