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사설 2021-03-20
번역자주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바이든 정부 출범 후의 첫 번째 중미 대화가 지난 주 1박 2일간의 회담을 마쳤다. 이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이견만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래 환구시보 사설을 보면 몇 가지 의의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 김정호
출처: 환구시보 사설
2021-03-20 17:45 (현지시각)
![▲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 국무장관이 지난 18일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캡틴쿡 호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 참석해 양제츠(왼쪽)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 : 앵커리지=AP/뉴시스]](https://cdn.minplusnews.com/news/photo/202103/11537_24307_314.jpg)
격렬하고 팽팽한 모두발언 이후 계속된 알래스카에서의 중·미 간 비공개 전략대화는 대체로 순조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최악의 우려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었다. 양 측은 대화를 계속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며 세 차례 회담을 모두 끝냈다. 또한 회담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 측 모두 대화가 “솔직했다”며, 일부 영역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략대화의 첫 번째 역할은 양 측의 상호이해 증대와 상호 전략적 오판을 피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진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번 알래스카 대화는 미국 측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중국이 그들의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과소평가할까 봐 아주 많은 공을 들였다. 미국 측의 그동안의 언행과 회담 기간에 보여준 태도를 통해, 중국인들은 워싱턴이 글로벌 패권을 지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진일보 이해하게 되었다. 바이든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대중(對中)정책의 지속성을 더욱 더 확인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미국 측은 동맹국과의 관계를 대중 압박의 돌출 카드로 활용하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의 극단적인 대중 정책을 단시일 내에 해소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주도적으로 중·미 관계를 대결로 몰고 가는 것을 원치 않음 또한 밝혔다. 그들이 대결을 원치 않는 것에 대한 설명에 있어 다소 소극적이며, “필요할 때는 맞서겠다”는 것도 그들의 기본 태도 중 하나임은 물론이다.
미국도 이번 대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우선 그들은 중국이 협박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주권과 핵심 이익을 수호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더 분명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중국은 특히 미국의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허용하지 않으며, 이 부분에서 흥정이란 없다. 워싱턴의 관련된 어떤 행동도 강력한 저항과 반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들은 중국의 정치적 자신감, 그리고 새로운 5개년 계획과 장기적 비전에 따라 착실한 성장과 강대함을 실현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들이 패거리를 조직하여 새로운 압력을 가하는 것에 대해 중국이 무시하는 것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워싱턴은 심혈을 기울여 지정학적 도구를 만들려 하지만, 중국은 그런 수작에 넘어가지 않는다. “너는 네 방식대로, 나는 내 방식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번 대화를 통해 중국 억제에 대한 무력감을 더 많이 느꼈을 것이다.
양 측엔 분명히 심각한 불일치가 존재한다. 이번 회담 모두발언에서의 격돌은 양국 수교 이래 기록적인 것이다. 하지만 양측 대표단부터 양국 사회에 이르기까지 이런 대결 방식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이번 대화로 양국의 주요 갈등을 모두 드러내놓았으며, 양측이 태도를 선명히 한 만큼, 현 국면에 적응하고 수용하는 것 역시 국면을 안정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양측 모두 전략적 이성을 갖고 있다면 이런 소극성 중에서도 건설적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점 역시 이번 대화의 두 번째 의의라 할 수 있다.
중•미가 한동안 가장 잘못 인식하고 있었던 것은, 미국이 자신의 실력과 지난 세기 냉전의 경험에 의거해 중국을 억제하고 제압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스스로 이룩한 종합적인 실력과 큰 발전 잠재력에다, 자국 정치체제에 대한 외부의 압박에 저항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하였기에, 우리는 미국 측의 전략적 포위망을 충분히 와해시킬 수 있다. 미국의 오판은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경쟁 속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상황은, 중국의 자기 신념에 대한 증명이 미국 측의 자기 입증보다도 훨씬 강력하다는 점이다. 미국 측은 인권 등 각 분야에서 동맹국을 이끌면서 중국을 성토·포위 공격하는 거짓 정의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중·미 충돌의 본질을 따지자면, 미국이 자신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제1 인구 대국인 중국의 빠른 발전을 억누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궁극적인 사악함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인민의 더 나은 삶과 계속적인 발전을 위한 목적이며, 우리가 결연하게 수호하려는 것은 천부적인 권리이다. 따라서 투쟁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 인민의 장기간의 일치단결된 힘과 전 세계의 도의적 감화력으로, 미국 측의 허약함이 점점 본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중국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은 망상이며, 중국을 놀라자빠지게 만들겠다는 것은 더욱 꿈에 불과하다. 양 측은 태도에서 서로 타협할 수 없는 현실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극히 비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협력 가능한 지점을 찾고, 티격태격 하는 가운데서도 출구를 뚫어야만 한다. 전략적 인내심을 유지하면서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은 21세기 대국에게 있어 기본적인 요구사항이다. 갈등과 충돌이 너무 많다면 이들 갈등과 충돌을 수용할 수 있는 더 크고 소화력 있는 틀이 있어야만 한다. 우리는 중·미가 원하든 원치 안든 결국 모두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음이 입증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