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박물관의 사리병
국립경주박물관이 특별전 ‘오색영롱’을 개최했다. 유리에 대한 이야기로 매우 특별한 기획을 한 것이다.
그런데 뭘 보여주고 싶어 이 짓을 했을까? 온갖 노력을 기울인 결과가 ‘우리의 유리제품은 중국 전국시대 철기문화와 함께 들어왔다.’, 그 결과 우리는 독자적인 유리 제품 하나 만들지 못했다 뭐 이정도 군요.
이로서 모든 유리 문화는 중국에서 수입한 한국인이 되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볼 수 없는 멋진 유리 제품이 우리에겐 수두룩하다.
특별전 중 익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왕궁리 5층 탑 출토 사리병이 있다. 이름 하나 붙이지 못해 발견한 곳의 이름을 따서 ‘익산 왕궁리 5층 석탑 사리병’이라고 붙였다.
이 사리병은 사리함과 함께 있어야 그 본질을 이해 할 수 있다. 예쁘게 만들었다가 성분이 뭐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차원에서 왜 그렇게 만들었느냐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나 누구하나 이에 대한 연구는 없다. 보는 바와 같이 사리병은 불교의 관세음보살이 지니는 정병(淨甁)의 모습을 하고 있다. 정병(淨甁)의 의미는 깨끗한 항아리이다. 뭘 담으려고 관세음보살은 정병을 지니고 있을까? 불화를 들여다보면 정병에 버드나무가지가 꽂혀 있거나 관세음보살이 정병을 기울여 물을 흘려 보네는 모습을 한다.
경복궁 경회루 연못 주변에 버드나무를 심은 뜻과 다르지 않다. 양의 기운 즉 아리(Ari)가 담겨지기를 염원한 것이다. 이는 하늘의 뜻 즉 아리(Ari)가 드리워져 정병(淨甁)에 가득하기를 염원한 것이다. 하늘의 뜻 즉 아리(Ari)가 가득 차야 이를 기울여 흘려보내면 용(龍)이 입을 벌려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여의주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혹자들은 관세음보살이 정병을 기울여 물을 흘려보내는 모습을 용(龍)이 목말라 고나세음이 물을 흘려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용은 곧 중생으로 중생에게 하늘의 뜻을 드리워서 이를 받아 지니고 그 근기대로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성취하라는 의미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 사리병을 왜 정병 모양처럼 만들까? 이유는 이미 밝혔듯이 부처님의 사리는 근원의 본질로 돌아간 가장 청정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한없는 아리(Ari)를 품고 있기에 이를 정병(淨甁)에 모시고 그 뜻을 드러낸 것이다. 사진에서 보듯 8옆의 꽃잎은 연꽃이 아니라 모란이다. 대자연의 순환을 8절기로 드러내었다.
그리고 뚜껑의 소위 연봉모양은 모란의 꽃 봉우리이다. 이는 세상에 드러날 삼라만상의 근원인 아(A)를 형상화 한 것이다. 가장 핵심은 꽃봉오리의 가장 뾰쪽한 부분 즉 아(A)이다. 이를 위해 다시 8옆의 꽃잎으로 아(A)를 감싸고 있는 모습의 꽃봉오리를 볼 수 있다.
아(A)는 일체의 근원이며 만법의 본질이다. 그래서 본불생(本不生)이라 해석한다.
이를 공(空)이라 했다. 그래서 천수경 정법계진언의 게송에 공점이엄지(空點以嚴之)라 했다. 즉 공은 으뜸이니 들불을 밝힘과 같다고 한 것이다. 무명 속에 들불을 밝히면 일체가 드나듯 근원의 본질을 깨우치면 일체를 헤아릴 수 있다. 그래서 선방에 앉아 공도리(空道理)를 한다.
전통문화도량 아라사
아리랑문화원 천웅 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