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과 군사력, 그리고 8차 당대회 <초점>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

<초점>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로동당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에서 연설하고 사열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존경하는 온 나라 전체 인민들, 여러분!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의 마음까지 합쳐 온 나라 전체 인민들에게 경건한 마음으로 고마움에 차넘치는 진정 정중히 삼가 올립니다.”

10일 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거행된 ‘조선로동당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인민들’에게 “고맙습니다”라고 거듭 인사했다. 또한 “우리 인민모두가 무병무탈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도 했다. 코로나19를 어려운 조건에서 이겨낸 심경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으로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의 공식 연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표현들이다.

북한 노동당 창건 75돌 경축행사 중 하이라이트인 열병식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김일성·김정일 선대 수령들의 업적을 내세우기 보다 ‘인민’을 내세웠고, 당의 75년에 걸친 빛나는 발자취 대신 ‘인민군대’와 ‘군사력’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예상대로 경제 보다는 군사적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시위하는 쪽으로 행사 초점이 맞춰졌다”며 “제재에 더해 예상 못한 코로나와 자연재해까지 겹쳐 단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을 인민한테 돌린 것”이라고 요약했다.

1. 인민과 경제

▲ 인민군 원수로 진급한 리병철(오른쪽) 당중안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밀착 수행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위원장의 열병식 연설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인민’이었다. 아니 시작부터 끝까지 무려 50여회에 걸쳐 ‘인민’을 언급하고 고마움을 거듭 표시했다. 강력한 국제적 대북제재는 물론 올해 들어 코로나19와 극심한 수해 등으로 인한 ‘사상 초유의 대재앙’을 겪어낸 인민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낸 것이다.

그러면서 “하늘같고 바다같은 우리 인민의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다”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첫 대중연설인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돌 경축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포부를 밝혔지만 아직까지 이를 실현하지 못한 데 따른 자책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다”며 “나는 우리 인민의 하늘같은 믿음을 지키는 길에 설사 온몸이 찢기고 부서진다 해도 그 믿음만은 목숨까지 바쳐서라도 무조건 지킬것이고 그 믿음에 끝까지 충실할것을 다시한번 이 자리에서 엄숙히 확언한다”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인민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외부 탓보다 자신의 부족으로 돌리며 믿음에 화답하겠다는 것.

김일성광장에서 김 위원장의 연설을 경청한 ‘인민’들과 군인들은 감정에 복받치는 표정과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 준공을 목표로 김 위원장이 첫 삽을 뜬 평양종합병원 준공식도, 몇 차례 연기됐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완공식도 열리지 못했다. 그만큼 현실적 여건이 어려웠고, 이는 수해 피해 복구에 주력을 쏟아부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이제 남은것은 우리 인민이 더는 고생을 모르고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음껏 누리게 하는것”이라며 “인민들이 꿈속에서도 그려보는 부흥번영의 리상사회를 최대로 앞당겨올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 8월 20일 개최된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를 1월에 소집키로 결정했고, 김 위원장은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제재로 인한 대외 봉쇄 상태에서 어떤 경제발전 구상을 제시할 수 있을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인민생활, 경제부문에 답이 마땅치가 않다”며 “북한의 고민이 거기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멈춰선 상황에서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한 경제에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와 지역간 이동 통제 조치 등을 한 단계 완화시켜 일단 북중 국경지대에서 숨통을 트고, 지역간 이동도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 군사력과 핵무기보유국

▲ 열병식에는 북한이 예고한 대로 새로운 전략무기들이 선보였다.

당창건 75돌 경축 열병식에서 두드러진 점은 역시 일사불란한 열병식 대오와 전략무기를 포함한 첨단무기라 할 수 있다.

먼저, 전격적으로 원수로 진급한 리병철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인민군 참모총장이 군을 대표해 김정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고 열병식을 주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경제 분야를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를 내세우듯 리병철, 박정천 원수를 내세운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봉주 부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리병철 부위원장도 상징적 원로 자리로 이동하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과정이라는 평가도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1일 열병식 평가 보도자료를 통해 박정천 → 리병철 → 김정은 순의 열병보고가 이루어졌다며 “같은 원수급임에도 박정천이 이병철에게 보고하는 형식을 취한 것은, 이병철이 당직에서 상급(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 정치국 상무위원)이기 때문이며, 이는 군에 대한 당적 지도의 구현을 상징”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창현 소장은 “열병식에 북의 호위사령부의 각 담당 그룹들이 전부 다 나오는 경우는 좀 이례적인 것 같다”며 “보통 경위나 호위는 비밀스러운 일인데, 다 보여주는 것은 그만큼 자신있다는 것”이라고 이번 열병식의 특색을 짚었다.

질서정연한 열병식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역시 첨단 전략무기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새로운 전략무기로 북극성-4ㅅ형과 신형 ICBM 공개한 것은 핵투발 수단을 지상발사와 수중발사 2개의 트랙으로 핵무력을 개발 강화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불과 5년전 바로 이 장소에서 진행된 당창건 70돐경축 열병식과 대비해보면 누구나 잘 알수 있겠지만 우리 군사력의 현대성은 많이도 변했으며 그 발전의 속도를 누구나 쉽게 가늠해볼수 있을것”이라고 자부했다.

나아가 “우리가 직면하고있거나 맞다들수 있는 그 어떤 군사적위협도 충분히 통제관리할수 있는 억제력을 갖추었다”며 “우리는 적대세력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증되는 핵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행동들을 억제하고 통제관리하기 위하여 자위적정당방위수단으로서의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갈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나는 우리의 군사력이 그 누구를 겨냥하게 되는것을 절대로 원치 않는다”며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해서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키우는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언급한 점이 주목된다. 미국과의 관계악화를 바라지 않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핵위협’에 맞서는 ‘전쟁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핵무력 강화’를 천명했다. 이는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성공에 따른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2018년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북미협상을 진행했지만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북미협상이 교착된 상태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북미협상은 요원하고 그 사이 북한은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려는 구상으로 보인다. 미국이 합당한 협상안을 제시하고 상응조치를 취할 때까지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조건부(가역적)’ 핵무기보유국 선포인 셈이다. 김 위원장의 “시간은 우리 편에 있다”는 한 마디는 이같은 배경을 축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3. 8차 당대회와 탈출구

▲ 열병식 다음날인 11일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조선로동당 창건 75돐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위대한 향도’가 펼쳐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019년 12월말 당 전원회의를 통해 ‘정면돌파전’을 결의한 북한은 자력갱생 자력부흥의 기치를 높이 들고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되, 미국과 한국과의 협상의 여지도 남겨둔 것 같다.

특히 남측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교환한 9월 친서 내용과 궤를 같이하듯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언급했다. 물론 구체적인 제안이나 구상을 담은 것은 아니다.

정창현 소장은 “일단 중국, 러시아와 정상적인 활동을 복원하는 것을 l차 행보로 할 것으로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 카드를 꺼냈고 북한은 종전선언을 새로운 돌파구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좋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이 협의된 내용을 가지고 대화에 나오면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되고, 물밑접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11일 오전 서훈 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상호 무력충돌과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남북 간 여러 합의사항들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하면서 향후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관계부처들이 조율된 입장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외교부는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종전선언과 동북아방역보건협력체 구상 제안에 대한 북측의 호응을 기대한다”면서 “북한이 대화에 조속히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한 소식통은 “당창건 기념행사 연휴가 끝나면 단둥-신의주부터 대외 교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면 결국 당국 간 대화를 해야 하지만 내년 1월 25일 당대회 전까지는 문을 열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안다”고 전하기도 했다.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중국의 당 18기 5중전회와 미국의 대선 결과를 지키보면서 북한도 방향을 잡아 나갈 것”이라면서 “중국이 국내.국제 대순환, 이른바 ‘쌍순환’을 추구하고 있지만 중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첨단기술을 가진 한국과 일본”이라며 “더구나 국제적 제재도 있어 북한으로서도 완전히 중국에만 의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북미협상의 시점이 달라질 수 있지만 미 하원에서도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별도의 결의안으로 추진하고 있고 미하원 외교위원장 후보들이 모두 이에 동의한 점에 주목했다.

김 위원장이 내부의 일심단결을 강조하면서 “나는 모든 당조직들과 정부, 정권기관, 무력기관들이 우리 인민을 위하여, 인민들에게 더 좋은 래일을 안겨주기 위하여 무진 애를 쓰며, 정성을 다해 일하도록 더더욱 엄격한 요구성을 제기하고 투쟁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대묵도 주목된다.

정창현 소장은 “당정군 관리들의 관료주의나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서 ‘인민대중의 일삼단결’을 더 확고히 하겠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당정군 간부들의 행태에 대한 인민들의 불만을 지속적으로 시정해 나가겠다는 약속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내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노년당원과 휴면당원 등을 물갈이하고 상당폭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열병식 다음날인 11일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조선로동당 창건 75돐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위대한 향도’가 펼쳐졌다. ‘위대한 향도’는 서장 ‘영원한 백두의 행군길’과 ‘당은 우리의 향도자’, ‘사회주의 오직 한길로’, ‘격동의 시대’, ‘민족의 영광’의 장들, 종장 ‘우리에겐 위대한 당이 있다’로 구성됐다.

보는 이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는 북한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은 북한의 일심단결을 상징하고 있고, 0시 야간 열병식과 첨단무기 시위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북한이 ‘우리식’ 정면돌파전을 통해 일정한 통합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조선로동당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 공식서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인 최룡해동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며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리병철동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 총리인 김덕훈동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며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박봉주동지가 주석단에 자리잡았다.

김재룡동지, 리일환동지, 최휘동지, 박태덕동지, 김영철동지, 최부일동지, 태형철동지, 오수용동지, 김형준동지, 허철만동지, 조용원동지, 김여정동지, 박명순동지, 정경택동지, 김일철동지, 임철웅동지, 리룡남동지, 김영환동지, 박정남동지를 비롯한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이 주석단에 나왔다.

박정천동지, 김수길동지, 김정관동지를 비롯한 군부의 지휘성원들이 주석단에 나왔다.

김영남동지, 최영림동지, 양형섭동지, 김기남동지, 최태복동지를 비롯하여 당과 정부, 군부에서 오랜 기간 사업한 로간부들이 초대석에 자리잡았다.

초대석에는 조선로동당창건 75돐 경축대표들이 자리잡고있었다.

(출처 – 조선중앙통신)

아울러 일련의 다양한 당창건 기념행사에서 최룡해, 리병철, 김덕훈, 박봉주 당중앙위 상무위원들을 비롯한 당간부들의 서열이 반복적으로 보도됐고,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인 김여정도 포함됐다. 김정일 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은 열병식과 ‘위대한 향도’ 관람에 등장했지만 경축연회 등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전문가 일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열병식장에서의 감성적 연설이나 야간 열병식과 LED 조명, 드론 사용 등 북한의 변화된 분위기는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와 김여정 제1부부장, 현송월 부부장 등 여성들의 기획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출처 :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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