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정용일 평화철도 사무처장
지난 1월 6일 오전 11시경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3일 발표된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총기를 들고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것이다. 조 바이든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확정하기 위해 열렸던 상·하원 합동회의는 중단되고, 참석자들은 도망치고,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면서 의사당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이 와중에 6명이 죽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 아수라장을 전 세계가 거의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지금까지 ‘민주주의의 종주국’, ‘아메리칸 드림’으로 분식해왔던 미국의 민낯이 전 세계의 면전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아마 역사는 이 날을 미국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을 울린 날로 기록할 것이다. 인류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미국도 결코 예전의 ‘유일초강대국’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미국이 ‘북한주민의 인권’과 ‘미국 정보의 북한 유입 차단’을 우려한다면서 한국 국회가 통과시킨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고 나섰다. 미국이 뒷돈을 대주고 일부 악질적인 탈북자들을 부추겨 감행한 대북전단은 그 의도에 있어서나 내용에 있어서나 불순하고 저열하기 짝이 없는 도발행위이다.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의 붕괴를 노린 불순한 의도에서 출발했으며, 그 내용 또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야비하고 저급한 것이며, 종국적으로 남북관계를 이간질시키고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사실상의 전쟁행위이다.
애처로운, 그러나 여전히 오만방자한 미국
![지난해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집무실 설치 과정에서 불거진 유엔사 '승인권' 문제로 촉발된 '가짜 유엔사' 시위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https://cdn.tongilnews.com/news/photo/202101/200963_81537_4317.jpg)
이처럼 백해무익한 악마의 선동에 대해 북한은 여러 차례에 걸쳐, 격렬한 언사를 사용해 경고한 바 있으나 이들의 행위는 계속됐다. 이에 격노한 북한은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응답한 바 있다. 따라서 국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통과시킨 것은 남북관계를 더 이상 파국으로 몰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든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여기에 대해 미국이 “마음에 든다, 안 든다”, “감 놔라, 대추 놔라”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다. 새로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가 진정으로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싶다면 먼저 한국에 대한 부당한 내정간섭부터 중단해야 하며, 방위비 대폭 인상과 같은 강도적 요구부터 거둬들여야 한다.
미국이 진정 한국의 동맹이라면 ‘가짜 유엔사’를 통한 내정간섭과 전작권 환수 무력화 시도도 중단해야 한다. 한국전쟁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70여 년간 유엔의 이름을 도용한 유엔사가 족보도 없는 주한미군의 위장막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런 유엔사가 남북 간의 교류를 가로막고,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개성공단 재개를 염원하며 천막 사무실을 열고 집기 몇 개 가져다 놓는 것조차 차단하고 나섰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 때 결정한 전시작전권 환수를 차일피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미루더니 지난 해 10월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전작권의 한국 사령관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예정된 기자회견도 취소해버렸다. 올해까지 완료하기로 한 전작권 반환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설사 미국이 몇 년 내에 전작권을 반환한다 해도 ‘가짜 유엔사’를 통해 한미연합사령부를 지휘하게 되면 ‘전작권 환수’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게다가 ‘전작권 반환’을 빌미로 미국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강제하고 있으며, 천문학적 금액의 미국 무기를 팔아먹고 있다.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이야기다. 떡을 팔아 오누이를 키우는 엄마가 산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며 야금야금 떡을 먹어치우더니 마침내 엄마까지 잡아먹었다. 엄마로 변장한 호랑이가 오누이마저 잡아먹으려 했으나 이를 알아챈 오누이가 하늘에 빌어 동아줄을 타고 올라갔다는 얘기. 물론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다가 떨어져 죽었고. 전래동화가 한국 정부에 묻는다. “불쌍한 엄마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지혜로운 오누이가 될 것인가!”
2021년을 ‘자주국민으로 사는 원년으로!’
![다가오는 3월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2016년 4월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투입된 미 핵추진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호. [자료사진-통일뉴스]](https://cdn.tongilnews.com/news/photo/202101/200963_81538_461.jpg)
2020년 지난 한 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마을노동자들과 함께 찾았던 망월동 묘역에서, 미선효순 평화공원에서, 노근리 민간인 학살지에서 그리고 평화를 주제로 한 각종 강연에서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물었다.
“우리나라가 주권국가 맞아요?”
백주대낮에 채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들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어도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재방 방지책도 만들지 못하는 나라. 주한미군이 살인을 해도 제 나라 법정에 세우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형식적인 재판으로 면죄부를 주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유유히 한국을 빠져나가도 항의 한 번 못하는 나라. 권력욕에 눈이 뒤집힌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제 동족을 살육해도 묵인하고 지지하고 40년이 넘도록 진상규명을 외면하는 미국을 신주단지 모시듯 떠받드는 나라.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남의 나라에 군대를 주둔시켜 놓고는 방위비 분담금을 턱도 없이 올리라고 강요해도 할 말은커녕 쩔쩔매는 나라. 이게 세계 경제 10위권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그래서 감히 제안한다. 2016~2017년 “이게 나라냐!”고 외치며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싸워 적폐세력을 권좌에서 끄집어 내렸듯이, 2021년에는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인가?” 그리고 “우리는 자주국민인가?”를 화두로 삼고 오랜 분단적폐, 북맹적폐, 공미(恐美)적폐를 우리의 마음속에서, 의식 속에서 끄집어 내리자. 그리하여 당당한 자주국민, 자기운명과 정치의 주인으로 사는 원년으로 만들어보자.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을 때마다 들불처럼 일어났던 의병들의 후예답게, 촛불항쟁의 주역답게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운명이 대전환기를 예고하는 올해 평화와 통일의 마중물로 역사의 전면에 우뚝 서보자.
무엇보다 먼저 미국의 부당한 내정간섭과 분단 고착화 기도를 우리 국민의 힘으로 막아내자. 정치권에 막연한 기대만 걸지 말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반대, 세균전 실험, 미군기지 오염, 소파 개정, 전작권 반환 지연, ‘가짜 유엔사’를 통한 내정간섭 등 무수한 현안들에 대해 직접 나서서 전면적으로 대응하자.
당면해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3월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중지시키는 것이다. 한미합동군사연습은 살얼음을 걷듯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를 파괴하는 시한폭탄이자, 남북관계의 앞날을 가로 막는 차단봉이다. 만약 3월에 한미합동군사연습이 강행된다면 북한이 이를 그냥 묵과할 리 만무하다. 한반도에는 다시 대결과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 가장 많은 사망자를 자랑하고 있는 미국 본토에서 유입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 정부 당국과 우리 국민들이 속지 말아야 할 ‘허위 사실’이 있다. “전작권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한미합동군사연습을 할 수밖에 없다”는 ‘허위 사실’이다. 앞서 인용한 것처럼 사실 미국은 전작권을 돌려줄 마음이 전혀 없다. 전작권을 돌려주기 위한 전제 조건이란 게 기준 자체가 미국 마음대로다.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다. 이 조건을 갖추면 저 조건을 내밀고,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숙제를 끝없이 내겠다는 게 소위 전작권 이전을 위한 ‘3단계 전제조건’이다. 따라서 ‘전작권 환수를 위한 한미합동군사연습’이란 망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평화·통일운동부터 자주적으로 하자!
![남북 민간교류가 끊기면서 통일운동도 활력을 잃었다. 2005년 6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5주년 남북해외공동행사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https://cdn.tongilnews.com/news/photo/202101/200963_81539_4737.jpg)
이제 눈을 우리 내부로 돌려보자. 지난날 꽉 막힌 남북관계를 온몸으로 돌파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던 민간통일운동이 언제부터인가 분산되고 왜소화되었다는 평가가 들려온다. 이러한 지적이 나오 게 된 데에는 우선 고만고만한 단체들이 난립해 있으면서 서로 간의 연대연합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운동, 농민운동, 청년운동, 여성운동 등 모든 계급계층 운동의 토대이자 그 성과가 수렴되는 지점이 통일운동인데, 언제부터인가 하나의 부문운동처럼 왜소화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고 노력하는 단체들이 늘어난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각 단체가 자신의 고유한 역할과 특색 있는 활동을 기본으로 하면서 실질적인 연대연합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자기반성적 차원에서 평화통일운동의 현황을 돌아보자면 우선 비슷비슷한 목표와 활동방식을 가진 영세한 단체들이 난립해 있다는 점이다. 특색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지원에 전적으로 목을 매고 있는 단체들이 난립해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요즘 ‘연대’는 머릿수 채워주기 연대, 이름 빌려주기 연대가 대부분이다.
해마다 고마운 벗이 있어 신영복 선생의 서화달력을 보내주고 있다. 2021년 올해의 화두는 <함께 맞는 비>라는 제목과 함께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생각이 깊어지는 구절이다. 우리 함께 비를 맞자!
‘복직과 고용 안정 없는 매각 반대’를 외치며 암 치료를 거부하고 혹한의 추위에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강행군을 하고 있는 김진숙과 몸으로 함께 하자. 수구초심(首丘初心), 생의 마지막을 고향에서 마무리 하고자 하는 장기수들의 송환을 위해 행동으로 함께 하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염원하는 김련희의 간절함도 마음으로 함께 하자. 천만 명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생계가 벼랑 끝에 내몰린 영세 상인들의 절실함도 함께 하자. 생떼 같은 가족을 잃고 피눈물을 흘리는 산업재해 사망자 유족들과도 함께 부둥켜안고 언 몸을 녹이자.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자랑하지만 가장 천대받는 이 땅의 청년들이 겪고 있는 고통부터 이해하자. 왜? 이들이야말로 분단과 적폐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이고, 평화와 통일을 가장 절실히 바라는 사람들이고 문제 해결의 주인공들 아닌가!
![2004년 연말 국회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촛불집회와 대규모 단식투쟁이 벌어졌지만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https://cdn.tongilnews.com/news/photo/202101/200963_81542_5146.jpg)
그리고 새해에는 진즉에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박혔어야 할 국가보안법을 폐기하자. ‘국가보안법은 이미 사문화 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치권에도 있고, 우리 주변에도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7~2018년까지 국가보안법 혐의로 조사를 받은 사람만 583명이다. 지금도 우리 주변의 누군가는 이 악법으로 고통 받고 있다. 멀쩡하게 당국의 승인을 받고 남북경협을 추진하던 사업가가 졸지에 간첩으로 몰려 패가망신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당국의 승인 하에 진행한 일을 두고 10년도 넘게 지난 지금 경찰에 불려가 취조를 당하는 북한 연구자도 있다.
백 번 양보해서 당장 완전 폐기가 어렵다면 가장 악명 높은 ‘국가보안법 7조(고무·찬양)’부터 없애자. 민주당 이규민 의원이 ‘국가보안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찬양·고무죄 폐지가 골자이다. 정치권과 민간이 힘을 합쳐 이것만이라도 우선 통과시켜야 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간다고 한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경찰의 실적주의, 과시용 수사가 벌써 시작되고 있다. 그냥 방치하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 일이 빈발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남용과 오용, 악용을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남북이 합의한 선언을 국회에서 비준하는 것도 방법이고, 국가보안법 적용의 기준과 방법, 요건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폐지 직전까지 갔던 국가보안법을 촛불정부, 문재인 정부에서 손도 대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서야 말이 되는가. 집권 여당의 대오각성과 시민사회단체의 분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평화교육’을 전면화·대중화 하자!
![평화교육, 통일교육은 늘 중요한 숙제다. 지난해 5월 통일부와 교육부가 공동 주최하는 제7회 통일교육주간 행사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https://cdn.tongilnews.com/news/photo/202101/200963_81540_4830.jpg)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평화교육, 통일교육은 남북관계가 어려운 때 일수록 더욱 절실하다. ‘북한바로알기’를 통한 ‘북맹탈출’도 절실하지만 국민들의 마음속에 평화에 대한 의지, 통일에 대한 염원을 불 지피지 못한다면 ‘평화와 번영의 길’은 언제가도 요원할 것이다.
우선 평화운동, 통일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는 간부들부터 학습을 의무화하자. 공부하지 않으면 경험주의와 교조에 빠지게 되고, 운동이 대중들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 지난 경험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뼈저린 교훈 아니었던가.
“배우고 함께 나누자!”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억압과 저항, 투쟁과 승리로 면면히 이어져온 우리 근현대사를 제대로 공부하자. 얼마 전 5.18광주항쟁 사적지의 하나인 옛 국군 광주통합병원 건물에 무단으로 침입한 20대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폐건물 공포 체험’을 하기 위해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 건물에 들어가 종이에 불을 붙이고, 담배꽁초를 버렸다고 한다. 역사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다. 청소년들이 ‘6월항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묻는 설문에 ‘3.1운동 때’라고 대답했다는 것은 오래된 ‘전설’이다.
각종 방송에서 역사를 소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재미와 의미를 함께 살려보자는 취지는 좋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개인의 견해를 마치 공인된 학설처럼 왜곡하거나, 여전히 반공반북적 시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책이든, 영상이든 독자적인 근현대사 교재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함께 대중적인 소재를 활용해서 청소년, 시민들과 토론하고 공부하는 방법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론 교육과 현장 체험을 잘 배합하자. 조중접경지역을 순례하는 백두산평화기행, 고조선과 고구려 유적을 찾는 답사기행, 철원과 고성 등 DMZ 답사는 책과 영상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생생한 현장감과 역사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체험학습으로 이미 효과가 인정된 바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단체로 가고, 통제가 계속되면 4명씩이라도 가자.
분산성을 극복하자.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시민사회단체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정히 분석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자. 사례 발표회, 경험 교류회, 모범 전파회를 통해 지역과 부문, 계층을 넘어 널리 확산해나가자.
노동자들과 청소년·대학생들 속에서 평화의지, 통일열망을 불러일으키자. “요즘 청소년들 통일문제에 관심도 없고 부정적이야”, “현장 노동자들에게 통일이라는 말도 꺼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그렇다면 통일운동 하지 말아야 한다. 대중이 원하지 않는 운동을 왜 한단 말인가.
일제강점기인 1940년쯤에 해방의 가능성을 물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을 것 같은가. 아마 지금보다는 나았겠지만 표면적으로는 다수가 곧 해방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선이 일제 식민지로 전락한 초기 맹렬한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인물들 대다수가 이때 전향했다. 미당 서정주의 솔직한 고백처럼 “일제가 이렇게 빨리 망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관건은 미국을 위시해 친일친미 기득권 세력이 오랜 세월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왜곡(통일하면 우리만 손해)과 억압(그런 소리하면 잡혀간다)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새해에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각 시도 교육청 그리고 일선학교와 함께 초보적인 수준이어도 좋으니 평화교육, 현장체험이 일상이 되고 즐거운 나들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공무원도 국민의 공복이자 통일의 주역이다. 2008년 제정됐지만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통일교육지원법>을 개정해 년간 1회 이상, 2시간 이상으로 바꾸고 그 집행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며, 평가를 통해 고과에 반영하는 강제규정을 만들자. 이를 통해 공무원, 정부기관, 공기업 직원들부터 평화교육, 통일교육을 통해 책임감을 가지고 평화의 전도사가 되도록 환경을 조성하자.
군인들도 통일시대를 살아갈 미래이자 가장 피가 끓는 청춘들이다.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정훈교육도 완전히 틀을 바꾸자. 현재 탈북자들의 생계 수단으로 전락해 반공반북으로 일관하고 있는 교육 내용과 강사진도 완전히 바꿔보자. 탈북자들을 완전 배제하자는 게 아니라 공인된 교육기관에서 일정한 소양 교육과 자격을 얻은 사람들에게 교육을 맡기자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역설과 우보천리(牛步千里)
![지난 12일 박한식 미 조지아대 명예교수의 줌영상 강연 ‘사랑방 대화’에는 오대양육대주의 해외동포들과 국내 인사들 16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https://cdn.tongilnews.com/news/photo/202101/200963_81543_5855.jpg)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제약이 많다. 당분간 4명 이상이 모이기도 힘들고, 공연 관람도 대면 회의도 어렵다. 그러나 “왼쪽 문이 닫히면 오른쪽 문이 열린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는 중국 고사도 있다. 코로나19가 전 지구적으로 인류에게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과 공포를 심어주고, 일상이 파괴될 정도로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19 덕분에 새로운 방식의 소통이 활성화 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선을 넘어서 생각한다>의 저자 박한식 교수의 화상 강연 ‘사랑방 대화’에는 오대양육대주의 해외동포들과 국내 인사들 16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다. 각종 모임과 강연도 시공간을 넘어 온라인으로, 화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인류는 지금 미증유의 고통을 당하고 있지만 여기에 대처하는 대중의 지혜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흘러나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2021년 올해는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이다. 우보천리(牛步千里)란 말처럼 새해에는 소처럼 우직하고 끈기 있게 국민을 믿고, 국민과 함께 평화의 길, 자주민의 길로 걸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