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노동당 8차대회와 남북관계 전망

KPEI, 평화경제연구소 스페셜리포트   2021년 1월 25일

조선노동당 8차대회와 남북관계 전망

-시대적 변화와 세계적 추세에 맞는 ‘사회주의적 사고와 체계’ 확립 강조
-자력갱생전략 내세우며 대외경제 확대하는 이중전략 추진
-“미국과 한국이 대화안을 제시하면 검토하겠다”며 ‘장기전’ 대비
-남북관계 개선, 4자회담과 종전선언의 벽 넘어야 가능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 소장

 

1. 5년간의 국가전략 제시한 8차 당대회

북은 1월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조선노동당 8차당대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1월 17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8차당대회의 결정사항을 집행하기 위한 예산과 법령을 통과시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는 연하장 성격의 ‘친필서한’으로 대체됐다.

북에서 당대회는 당의 노선과 정책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는 최고당의 최고 지도기관으로, 당의 노선을 토의 결정하지만 사실상 올해와 향후 4년간의 국가전략을 제시한다. 당의 대내외 전략이 곧 국가전략이다. 당 대회에서는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결정서 채택, 당 규약 개정, 당중앙위와 당중앙군사위 인선 등이 이뤄진다.

2012년 출범한 김정은체제가 2016년에 열린 7차 당대회를 계기로 명실상부하게 ‘김정은시대’에 진입한 것을 선포했다면, 이번 8차 당대회는 김정은시대의 노선과 정책방향을 더욱 뚜렷하게 제시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7차 당대회가 1980년 6차 당대회 후 36년 만에 열렸기 때문에 ‘원론’과 ‘장기적 단계’에 초점을 맞춰 노선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면, 8차 당대회는 좀 더 단기적인 정책방향과 각론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7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경제발전5개년전략’의 마지막 해인 2020년 내내 북은 국경을 봉쇄한 채 코로나19방역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했고, 자연재해(홍수와 태풍) 피해를 복구하는데 힘을 쏟아야 했다. 이에 따라 경제계획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하는 결과를 낳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제시한 원산갈마관광지구와 평양종합병원 건설공사조차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결국 북은 이번 8차당대회에서 새로운 비전을 담은 경제발전5개년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목표에 미달한 ‘경제발전5개년전략’을 보완하고 정비하는 차원에서 5개년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또한 북은 1년 내내 국경봉쇄로 인해 경제분야 외에도 2019년 말에 제시한 대내외 정책을 거의 추진하지 못했다. 2019년 말에 진행된 노동당 제7차 5차전원회의(12월 28일-31일)에 채택한 ‘당면한 투쟁 방향’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 버린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정세인식 아래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맞서 자력갱생을 통해 경제제재를 무력화시키자는 ‘정면돌파전’이 코로나19사태와 자연재해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변질’돼 버렸다. 또한 미국, 한국과 대화와 협상을 시도하려는 구상이 있었더라도 코로나19의 장벽에 가로막혔다.

이에 따라 이번 8차당대회에서 채택된 기본 노선과 정책 방향들은 2019년 말 노동당 제7차 5차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것과 상당부분 유사하다. 북에게 2020년은 ‘잃어버린 1년’이었던 것이다.

8차당대회에서 북이 채택한 노선과 정책이 그대로 관철되지는 않을 것이다. 북도 인정했듯이 정세는 불투명하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여러 변수가 돌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의 정책방향이나 의도는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평화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와 결정서 전문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분석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2. 8차 당대회 진행과정에서 나타난 특징

8일 동안 열린 조선노동당 8차대회는 준비와 진행과정에서 과거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을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당과 당원들의 책임성을 높이고, 대중성을 강화하며 ‘집단적 협의구조’ 정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층당조직과 현장 목소리 반영

우선 가장 눈길을 끄는 특징은 사전에 당 중앙검열위원회를 조직해 ‘현장조사’를 광범위하게 진행했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8차 당 대회를 준비하면서 지난 4개월 동안 당 중앙위원회에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를 조직하고, 검열원들을 먼저 기층 당조직에 파견해 현장 노동자, 농민, 지식인 당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이에 기초해 각 도와 내각의 중앙기관의 실태 파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층 당조직, 도와 중앙기관에 파견한 ‘요해검열소조’들을 통해 “당 제7차 대회 결정 관철에서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고 태공한 것은 무엇인가, 실리적으로 한 것은 무엇이고 형식적으로 한 것은 무엇인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당적지도에서의 결함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비롯하여 그 진상을 빠개놓고(어떤 내용이나 내막 따위를 사실대로 다 드러내 놓음) 투시”했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는 당의 공식기구로 설치돼 당의 노선과 정책 및 규약을 준수하지 않은 당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당 중앙검열위원회’와는 다른 임시기구로 추정된다.

통상적으로 당 대회 준비기간에는 “중앙당 부서들과 전국의 당 조직들이 지난 5년간의 사업정형을 총화한 자료들과 함께 앞으로의 투쟁목표와 계획”을 제출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이와 별도의 임시특별기구를 만들어 기층당원들의 의견을 사전에 광범위하게 청취한 것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몇 달 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이번에 조직비서와 조직지도부장에 선출된 조용원과 김재룡 등이 주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대회 전 기층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당대회에서 향후 당세포비서대회와 초급당비서대회를 5년에 한 번씩 소집하기로 한 결정은 ‘당의 대중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비판적 관점에서 총화

둘째로 주목할 대목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목표에 미달한 점을 인정하면서 그 원인을 객관적 조건이 아니라 주체의 역할 문제로 평가한 점이다.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우리의 노력과 전진을 방해하고 저애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라며 “현존하는 첩첩난관을 가장 확실하게, 가장 빨리 돌파하는 묘술은 바로 우리 자체의 힘, 주체적 역량을 백방으로 강화하는데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발언은 2012년 6월 2일 로동신문이 정론을 통해 “지금은 밖에서 밀려오는 적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사회주의 요람 속에서 성장한 일꾼(간부)의 관료화, 귀족화가 문제”라고 지적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 북 내부의 어려움이나 경제목표 미달 원인을 외부(주로 미국) 탓으로 돌리던 관성에서 벗어나 외부의 경제제재를 상당기간 ‘상수’로 놓고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목표를 실속 있게 확정하고 달성하자는 것이다.

또한 비판적 평가를 통해 “지난 시기의 과도적인 방식에서 탈피하고 도식주의를 극복하며 현실에 부응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점들을 찾아” 시급히 바로잡아야만 “주체적 힘, 내적 동력을 비상히 강화해나갈 수 있다”는 북의 판단이 깔려 있다. 계획상에만 존재하는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객관적 정세를 고려하면서 일반 당원과 대중이 느끼는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정확한 경제통계와 실상에 기초해 정책을 입안해야 목표 달성도 가능하고 대중의 지지도 얻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어쩌면 당연한 사안을 북은 이제야 강조하고 나선 셈이다.

이에 따라 8차 당대회에서는 “긍정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비판적인 견지에서 냉정하게 분석총화”하는 측면에 초점이 맞춰졌다. 북은 그 이유에 대해 “새로운 혁신, 대담한 창조, 부단한 전진을 지향하고 장려하여 주체적 힘, 내적 동력을 비상히 증대시켜”나가기 위한 것으로 설명했다. 이것은 “객관적 조건에 빙자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주체의 작용과 역할이 필요 없게 되며 불리한 외적 요인이 없어지지 않는 한 언제 가도 우리의 의지대로 혁명투쟁과 건설사업을 내밀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지적이다.

이러한 설명과 지적은 그 동안 북 내부에 ‘미국의 제재 때문에’, ‘객관적 조건이 뒷받침 되지 않아서’ 계획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관성적이고 형식주의적 평가가 만연돼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북에서 ‘형식주의’는 “실속이 없이 빈말공부나 하는 태도”, “현실성이 없는 결정서나 계획서를 장황하게 만들어 채택하는 현상”, “당의 방침이 제시되면 그것을 관철하기 위한 방법론을 깊이 연구하고 사업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되받아넘기는 식으로 하는 태도”, “군중 속에 들어가 현실을 요해하고 실정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 앉아 통계나 받아들이는 손쉬운 방법으로 일하는 현상” 등을 말한다. 한마디로 책상에 앉아 무사안일로 위에서 결정된 사항을 문건으로 집행 시늉만 하는 태도를 말한다.

오랜 동안 몸에 밴 당 간부와 경제관료들의 형식주의가 지속적인 비판과 조직개편으로 쉽게 개선될 사항은 아니지만 8차 당 대회를 앞두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뿌리 깊은 형식주의를 제거하려고 나름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개회사에서 “그대로 방치해두면 더 큰 장애로, 걸림돌로 되는 결함들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한 페단(폐단)이 반복되지 않게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라고 강조한 대목도 북이 왜 8차당대회에서 ‘비판적 평가’를 앞세웠는지를 짐작케 한다.

절차와 책임성 중요시

셋째로 주목되는 점은 당대회 결정서 채택에 앞서 부문별 협의회를 거쳐 ‘의견 수렴’ 절차를 다시 한 번 거쳤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개회사-사업총화보고-토론-결정서 채택-인선의 과정을 거쳤는데, 8차당대회에서는 사업총화보고와 토론이 끝난 다음 당 지도부를 먼저 뽑고, 선출된 당 중앙지도기관이 ‘결정서 초안작성위원회’를 구성한 뒤 각 부문별 협의회를 거쳐 의견 종합 후 결정서를 채택했다.

이것은 김정일시대에 당을 비상체제로 운영하면서 당 규약마저 지키지 않던 상황에서 탈피해 ‘집단적 협의구조’를 정상적으로 가동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은 형식적으로나마 정치국과 정무국 회의, 당중앙위 전원회의, 당중앙군사위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당의 결정으로 주요 정책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또한 당대회에 참가한 대표자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이 폐회사에서 “모든 대표자동지들은 맡은 초소와 일터에서 자신들이 직접 토의결정한 당대회과업들이 드팀없이 실천되도록 하는데 혼심을 다 바치고 완강하게 투쟁하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한 대목에서 확인된다. 당대회에 참석해 대표들이 ‘직접 토의 결정한’ 사안이니 실천과 성과에도 솔선수범하고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8차당대회에서는 ‘현장의 목소리 수렴’, ‘현실성 있는 목표 설정’과 ‘실속 있는 사업’, ‘절차와 책임성’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시대적 변화와 세계적 추세에 맞는 ‘사회주의적 사고와 체계’를 확립하는데 당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는 변화 발전하고 그에 따라 대중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으므로 구태의연한 사고와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당이 먼저 변화하고 혁신해야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3. 8차 당대회에서 나타난 북한의 대외정세 인식 – ‘정세의 유동성과 장기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차당대회 마지막 날 폐회사(‘대회에서 한 결론’)에서 대내문제만 강조하고, 남북관계를 포함한 대외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은 향후 정세의 ‘불투명성’을 감안한 결론이다. 북이 정세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7차당대회 이후 5년간을 결산하는 ‘사업총화보고’에서 남북관계 개선 전망 부분에서 “불투명하다”하며 정세의 유동성을 언급했다. 또한 미국과의 관계에서 ‘강(强)대강(强), 선(善)대선(善)의 원칙’을 내세운 것도 정세의 가변성을 고려한 표현이다.

코로나19사태가 언제 안정화 될지 모르는 상황, 새로 등장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으로 나올지 확정되지 않은 불투명한 정세에서 전반적으로 발언수위를 조절하며 정세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대외 정세가 유동적인 만큼 자력갱생으로 핵전쟁억제력 중심의 국가방위력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 현실적인 경제발전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며 장기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장기전’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2019년 당 제7차 5차전원회의 보고에서 표방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조성된 현 정세는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각 방면에서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과 내각의 간부들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경제제재 국면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공식화 한 셈이다. 그는 대외관계뿐만 아니라 경제분야에서도 상황이 어렵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장기적으로 ‘정면돌파전’을 주문했다.

북의 이러한 정세인식과 기조는 이번 8차당대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폐회사에서 “오늘 우리 혁명의 외부적 환경은 의연 준엄하고 첨예하며 앞으로도 우리의 혁명사업은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내부적 힘을 전면적으로 정리정돈하고 재편성하며 그에 토대하여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하면서 새로운 전진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세인식과 해법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내부적 힘을 전면적으로 정리정돈하고 재편성”하는데 주력하면서 코로나19사태가 진정되면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전통적인 우방과의 협력을 중심으로 대외관계를 확대하면서 장기적으로 북미협상국면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북한이 올해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4. ‘국가제일주의시대’ 표방 – 제도적 정비와 대중의 지지 확보에 방점

1)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의 세 가지 이념 제시

김정은을 총비서로 추대하고 ‘수령’ 지칭

7차당대회에서 북은 당규약에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당의 지도사상으로 새롭게 명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권력승계 직후 조선노동당의 지도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규정하고, 당의 최고강령으로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라고 선포했다. 이것은 김정일이 후계자 시절인 1974년 주체사상을 김일성주의로 명명하며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를 내세운 것과 유사한 행보였다. 북에서는 후계자(계승자)가 선대 최고지도자의 사상을 체계화하고 이를 전 사회의 규범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업으로 설정돼 있다.

4년 뒤 7차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주체사상과 그에 의하여 밝혀진 혁명과 건설에 관한 이론과 방법의 전일적인 체계”라고 정의했다. 김일성 주석이 창시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체계화했다고 하는 주체사상을 기초로 김정일시대의 선군정치를 새로이 포함시켜 ‘김일성-김정일주의’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8차당대회에서는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주체사상에 기초하여 전일적으로 체계화된 혁명과 건설의 백과전서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투쟁 속에서 그 진리성과 생활력이 검증된 혁명적이며 과학적인 사상”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정식화했다. 또한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노동당의 최고강령으로 명기한 7차당대회의 규정을 8차당대회에서도 재확인했다.

북의 지도사상(통치사상)이 주체사상-김일성주의-김일성·김정일주의로 변화했지만, 이러한 변화 자체가 북한의 권력구조나 통치방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규정하는 ‘혁명단계’와 주객관적 조건에 따라 강조되는 실천사상과 정치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을 총비서에 추대하면서 ‘인민의 수령’이라고 지칭한 것은 향후 주목할 대목이다.

‘계승기, 발전기’ = 국가제일주의시대 표방

북은 7차 당 대회에서 당면 시기를 ‘주체혁명위업수행의 도약기’로 규정하고, ‘주체혁명위업수행의 도약기’에 견지해야 할 전략적 노선으로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제시했다. 특히 북은 7차당대회에서 “사회주의강국건설은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기 위한 투쟁의 력사적 단계”이며 “사회주의의 기초를 다지고 사회주의 완전승리를 이룩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목표로 제시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이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라는 당의 최고강령을 실현하는데 1단계 과제이며, 이 과제는 ‘사회주의 기초’를 다지는 단계와 ‘사회주의 완전승리’를 이룩하는 단계의 연속적인 두 과정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즉 ‘사회주의 기초를 다지는 단계’가 곧 ‘주체혁명의 도약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8차당대회에서는 ‘주체혁명의 도약기’란 규정 대신 ‘주체혁명의 계승기, 발전기’란 용어를 사용했다. 이러한 규정이 ‘주체혁명의 도약기’란 단계를 다시 세분화 해 도약기의 첫 시기를 나타낸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용어를 변경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지난 5년간 전반적으로 대내외 목표 달성에 실패했기 때문에 ‘도약기’의 첫 단계 또는 완충기(과도기)로 ‘계승, 발전기’를 향후 5년간의 시기적 특징으로 규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보완, 정비전략’에 초점을 맞춘 것과도 연결된다.

이러한 향후 5년간의 ‘계승기, 발전기’의 중요 실천사상으로 8차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에서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재확인하고, ‘선군정치’를 대신해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기본정치방식으로 내세웠다.

특히 북은 7차당대회 이후 5년간 ‘우리국가제일주의시대’를 열었고, ‘인민대중제일주의’ 확산과 ‘자력갱생 전략’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향후 5년간에도 이를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에 대해 김 위원장은 8차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당 제7차대회 이후 지난 5년간 조선로동당은 맞다드는 모든 장애를 거대한 승리로 전환시키기 위한 굴함 없는 공격투쟁을 조직 전개하였으며 이 과정에 쟁취한 승리는 새로운 발전의 시대, 우리 국가제일주의 시대를 열어놓은 것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를 ‘자존과 번영의 새시대’라고 규정하고, 이것이 가능했던 요인으로 ‘당의 인민대중주의와 자력갱생전략(자강력제일주의)’을 꼽았다.

이에 따라 8차당대회에서는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를 당의 존망과 사회주의의 성패를 좌우하는 근본문제, 기본정치 방식”으로 규정하고 일관되게 실시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자력갱생전략을 미국의 경제제재에 맞서는 수세적 전략이 아니라 “자강력 증대, 내적동력 강화의 절호의 기회로 반전시키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사회주의 건설에서 항구적으로 틀어쥐고나가야 할 정치노선”으로 규정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폐회사에서도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의 세 가지 이념을 구호 대신 제기했다. 즉 북이 8차당대회에서 제시한 기본정신은 “사회주의건설의 주체적 힘, 내적 동력을 비상히 증대시켜 모든 분야에서 위대한 새 승리를 이룩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에 기초해 내부적 힘을 전면적으로 정리정돈하고 재편성하며 그에 토대하여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해 가자는 것이 기본노선이다.
따라서 향후 5년간 북은 실질적인 내부 정비와 경제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8차당대회에서 단행된 당 조직 개편과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뤄진 내각의 전면적인 인사조치는 이를 위한 첫 조치라고 볼 수 있다.

2) ‘인민대중제일주의’와 당원 기강 확립 강조

북이 거창하게 정치이념으로 내세운 ‘인민대중제일주의’란 어느 나라나 표방하는 것이다. 시내와 나라를 불문하고 정치가 지향해야 할 명제다. 문제는 실질적인 내용과 실천이다.

2020년 10월 10일 새벽에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시작부터 끝까지 50여회에 걸쳐 ‘인민’을 언급했다. 강력한 국제적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수차례의 자연재해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인민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표시한 것이다. 그리고 “하늘같고 바다같은 우리 인민의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 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다”라는 자책 발언을 이어갔다. 5년 전 열린 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때도 김 위원장은 연설문에서 ‘인민’을 무려 90번 넘게 언급했다.

이렇듯 김정은시대 북에서 ‘인민’은 정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됐다. 북에서는 이를 정치적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라고 명명했다.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인민중시, 인민존중, 인민사랑의 원칙에서 인민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옹호보장하기 위해 당원이든 관료든 이를 위해 멸사복무(滅私服務)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김일성시대의 ‘인민의 심부름꾼’, 김정일시대의 ‘인민을 위해 복무함’ 이란 구호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시대어로 ‘인민대중제일주의’가 나온 셈이다.

이 용어는 김정은체제 출범 2년차인 2013년 1월 제4차 당세포 비서대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김 위원장을 비롯한 고위간부들의 연설, 북의 언론매체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면서 김정은체제의 우선 덕목으로 강조되고 있다.

인민대중제일주의는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우선 부족한 주택 보급과 물자 공급망 확장에 나섰다. 이에 따라 평양의 경우 창전거리, 미래과학거리, 려명거리 등에 고층아파트단지가 들었다. 지방도시와 군의 재정상황에 따라 차이가 확연하지만 신의주, 함흥, 청진 등 주요 대도시를 비롯해 일부 군(郡)지역에도 아파트와 살림집들이 건설되고 있다. 특히 2016년 함경북도, 2020년 황해북도, 강원도, 함경남도 지역에 수해가 발생하자 다른 지역의 건설사업을 중단하고 모든 건설역량을 수해복구에 투입한 것은 인민대중제일주의의 구호 아래 ‘대중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권차원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또한 상업유통망을 확충해 국영상점에 없는 상품들을 주민들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평양에는 대형슈퍼마켓을 비롯해 전문상점, 체인점 등이 새롭게 들어섰고, 종합시장도 2배 이상 확충돼 지방 시, 군(郡)에 대략 2개 정도씩의 구역시장(총 450개 이상)이 개설됐다.

둘째로 고아, 노년층 등 취약계층의 생활개선에 예산을 투입했다. 평양에 양로원, 고아원(육아원과 애육원)이 새로 건설되고, 이를 모델로 지방에도 양료원과 고아원이 속속 신설됐다. 2014년에는 전국의 육아원, 애육원, 초등 및 중등학원(장애인학교), 양로원들에 물고기를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수산사업소를 새로 건설하고, 이를 “인민사랑의 결정체”라고 선전했다.

셋째로 주민 편의시설과 놀이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했다. 평양의 종합봉사시설인 창광원(목욕, 미용 등)을 본 따 각 군과 협동농장 등에 ‘은덕원’이란 이름의 편의시설을 건설하는 한편, 지방에도 물놀이장, 로라스케이트장, 휴양시설, 공원 등을 신설하거나 개건했다. 이러한 놀이시설은 문명국가 건설을 표방하며 이뤄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의 재정수입을 늘리는 효과도 있었다.

이외에도 북은 과수농장과 온실농장 확장, 물고기 양식과 육류 사육 시설 확충 등 식생활의 질적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이러한 외형적인 것 외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당, 정, 군의 일꾼(간부)들에 대한 사업태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검열이다. 대중들의 불만사항인 간부들의 관료주의와 부정부패행위 근절에 나선 것이다. 북은 지속적으로 간부들에 대한 검열(사정)을 실시해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언론매체들도 “인민들이 느끼는 애로에 대하여 못 본 척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일꾼으로서 자격을 상실한 사람”이라고 비판하며, 간부들이 인민들의 목소리에 점 더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친절한 행정’과 ‘갑질 근절’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8차당대회에서도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척결’이 중요 과제로 제시됐다. 김 위원장은 “전당적, 전국가적, 전인민적으로 강력한 교양과 규률을 앞세워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현상들과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 세외부담행위와 온갖 범죄행위들을 견결히 억제하고 관리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당의 노선과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때 “인민들의 절실한 생활상 요구와 의사”를 반영하고, “인민들의 반영과 평가”를 기준으로 할 것을 원칙을 제시했다.

북은 ‘인민대중제일주의’ 구호를 통해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가 주민들의 삶 개선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인민을 위해 봉사하고 인민을 보살피는 국가, ‘어머니 당’이라는 이미지를 쌓고, 정권과 체제를 안정화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공염불’에 그칠지 북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지는 시간이 증명해 줄 것이다.

3) ‘자강력제일주의’와 대외 경제관계 확대

한편 8차당대회에서 재확인 ‘자력갱생전략’은 북이 2016년부터 자력갱생의 정신을 ‘자강력제일주의’란 구체적인 정치이념으로 정식화 한 것이다. 이후 북은 ‘자강력 제일주의’를 김정은시대의 ‘빛나는 시대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북에서 자력갱생전략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50년대 이후 경제가 어려울수록 자력갱생 구호는 요란했고, 1980년대에는 ‘자력갱생 제일일세’란 노래까지 나왔다. 또한 세계화시대에 자력갱생전략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과거 북이 자력갱생을 내세울 때도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권의 지원은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했다.

“수입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다만 과거도 그랬지만 현재 강조되는 자강력제일주의가 단순히 외부와의 문을 닫고 홀로 자급자족하며 살겠다는 구호는 아닐 것이다. 이 구호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는 최악의 경제난을 거치면서 북한경제가 처한 현실적 고민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김정은시대에 자강력제일주의는 처음 ‘원료와 생산재의 국산화’, ‘경제의 자립화’라는 측면에서 강조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남들보다 더 훌륭하게 만들어 수입병이라는 말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는 “자강력 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할 것”을 주문하면서 “원료, 설비의 국산화와 생산기술 공정의 현대화로 사회주의 문명을 최상의 수준에서 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은 직설적으로 “수입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것은 역으로 북이 지속적으로 자력갱생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수입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수입의존도는 직접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북의 생산재나 소비품 시장에서 팔리는 대다수 제품이 중국제이기 때문이다. 북은 중국과 전통적인 우방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중국에 경제적으로 편입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적 편입이 곧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북은 2016년 노동당 제7차 당대회 이후 5년 동안 일정한 성과도 거두었다. 북의 백화점, 슈퍼마켓, 대형상점, 구역시장에서 판매되던 중국산 과자, 화장품, 담배, 의류 등의 비중이 현저하게 낮아지고, 북제품들이 경쟁력을 갖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중간재나 기계류의 해외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그래서 북은 자체 생산 가능한 것까지 수입에 의존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고, 뒤떨어진 분야는 외국의 첨단기술을 배우며 자체로 연구개발할 수 있는 분야는 스스로 성과를 내자는 의미의 ‘자강력제일주의’를 내세운 것이다.

최근에는 자강력제일주의가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와 압박에 맞서는 수단으로 강조되고 있다. 북은 기대를 걸었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되자 ‘장기전’을 선포하고 자체의 힘으로 경제적 난관을 돌파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할 때 남들이 가늠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힘으로 발전상승의 길을 내달리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렇게 중국과 미국을 겨냥한 ‘자강력제일주의’는 외부의 지원과 수입에 의존하려는 북 정책담당자들의 사고방식 변화까지 고려하고 있다. 과거 사회주의권이 존재할 때 북은 사회주의국가의 시장을 통해 필요한 원료, 자재들을 자유롭게 들여다 경공업 제품들을 거의 다 자체로 생산하여 인민 생활을 보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에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고 사회주의 우호시장이 없어지자 북은 극심한 원자재 부족에 시달렸고, 주요 공장·기업소들의 설비마저 들여올 수 없었다. 그러자 북한은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은 자력갱생하는 길밖에 없다”며 자체의 원료, 기술을 강조했다.

문제는 실리에 맞지 않는 ‘자력갱생’이 오히려 경제난을 심화시켰다는 점이다. 자력갱생한다고 하면서 과학기술적 요구에 맞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 주민들의 외면을 받거나 많은 전기와 원료, 자재, 노력을 낭비하면서도 생산물의 질은 떨어지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이것은 공장과 기업소의 막대한 경영손실로 이어졌다. 또한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당장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했다.

이렇게 되자 북은 “일부 원료, 자재들을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다른 나라에서 사와야 인민소비품을 정상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인민생활에 절실히 필요한 1차 소비품과 기초식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료, 자재의 수입을 늘리는 것은 인민생활 향상에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며 대외수입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북 내부에서는 “자체로 생산하는 것보다 수입하여 소비한 것이 경제적으로 유익한 소비품들이 많다”라든가, “전력이 긴장한(부족한) 조건에서 세계시장에 흔한 값싼 소비품까지 다른 나라에서 원료, 자재를 사다가 국내에서 질이 낮은 제품을 생산한다면 전력이나 낭비하였지 이득을 볼 것은 없다”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연히 값싼 중국제 경공업제품과 공업설비들이 북의 유통망과 공장에 대대적으로 들어왔다. 북의 공장, 기업소 책임자들 사이에서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원료와 설비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졌다.

최근 북은 이러한 사고를 패배주의적 생각이자 ‘수입병’이라고 지칭하며 이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체의 원료와 자재로 생산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이것이 “수입병을 정당화하는 방패”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자강력제일주의가 새로운 ‘시대어’로 나온 또 다른 배경이다.

중국 등과의 대외경제 확대로 돌파구 모색

이번 노동당 8차대회에서도 자강력제일주의는 중요한 정치이념으로 재확인됐지만 북도 모든 원료와 설비를 자체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외경제의 확대발전을 강조하고, 해외 자본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제재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조건에서 자체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는 자력갱생의 길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주관적으로 경제계획만 거창하게 세워놓고 목표에 미달하면 외부조건 탓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 달성할 있는 현실적 목표를 설정하고 경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힘을 쏟자는 의도다.

특히 북은 지난해는 코로나19사태로 불가피하게 국경을 봉쇄할 수밖에 없게 되자, 이를 기회로 활용해 경제시스템과 경제체질 개선에 주력하면서 어느 수준까지 자력갱생할 수 있는지 시험했다. 지난 7차당대회에서 발표한 5개년경제발전전략은 목표에 현저하게 미달했지만 심각한 물가 상승이나 식량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따라서 향후 북은 자력갱생노선의 방향을 경공업제품에 이어 주요 공장과 기업소의 자립화, 중간재 생산의 국산화, 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한 공장현대화, 군수기술과 시설의 민수(民需)화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북에서 자력갱생, 자강력제일주의가 성과를 내면 낼수록 역으로 대외무역 확대와 개방이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립경제와 외자유치가 결합되어야 실제적인 경제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7차당대회와 달리 이번 제8차 대회에서 북중관계의 성과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정치적 측면 외에 향후 북중 경제협력의 강화를 자력갱생 전략과 연계시키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북중 사이에는 이미 여러 차원에서, 구체적인 분야에서 상당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측면에서 북이 경제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그럭저럭 버티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평가는 일면적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상당기간 지속되겠지만 북은 이번에 발표된 경제발전5개년의 달성을 위해 대외경제 확대를 통한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5. 당 조직 대대적 개편–‘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방식’에 맞는 당 운영과 통제 강화

정치국 상무위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성 부여(분야별 권한 위임)

북은 10일 조선노동당 8차대회 기간 중에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당 검사위원회 위원, 당 중앙위원회 전문부서에 대한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앞서 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노동당 위원장에서 명칭을 바꾼 당 총비서로 추대하고, 당중앙위 위원과 후보위원을 선출했다.

7차당대회에서 채택된 위원장 직제를 8차당대회에서 다시 비서제로 환원하고 당중앙위원회 정무국을 비서국으로 변경한 것은 김정은의 권위를 높이는 방향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권력구조상 큰 의미를 없다. 이러한 명칭 변화는 북한이 설명한 대로 당기관 뿐 아니라 정권기관, 근로단체, 사회단체를 비롯한 정치조직들의 책임자 직제가 모두 위원장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혼선이 초래돼 당의 권위를 보장할 수 있도록 다른 국가·행정기관과 구별하려는 의도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히려 주목할 대목은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강화와 당중앙위원회 전문부서의 개편 내용이다.

8차당대회에서 채택된 당규약에는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시급히 제기되는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고 당과 국가의 중요 간부들을 임면하는 문제를 토의한다는 내용과 당 수반의 위임에 따라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은 정치국 회의를 사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별도의 조문으로 규정했다(당 규약 27조).

이에 대해 북은 “당 수반의 혁명영도를 더욱 원만히 보좌하며 당사업과 당활동을 보다 민활하게 진행해나가기 위한 현실적 요구를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을 확대하고, 당 운영과 결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당규약을 바꾼 것이다.

이것은 당중앙군사위원회가 “토의문제의 성격에 따라 회의 성립비율에 관계없이 필요한 성원들만 참가시키고 소집”할 수 있도록 한 것(당 규약 29조), 당중앙위에 비상설 기구를 포함한 부서를 만들어 필요한 경우 당규약을 수정하고 집행한 뒤 다음 당대회에서 승인을 받을 수 있게 한 것(당 규약 26조) 등의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이러한 규정들은 김정은체제 출범이후 정치국과 정무국회의, 전원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해 ‘집단적 협의구조’를 정착시키는 동시에 긴박한 현안들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일상적으로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정치국 상무위원회에는 김정은 총비서를 비롯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조용원 조직비서가 선출됐다. 구성상 김정은 총비서를 제외하면 국가, 군사, 경제, 당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간부들이 망라됐다.

기존의 박봉주 상무위원이 탈락하고,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던 조용원이 비서국의 조직비서로 두 단계 승진해 파격적으로 상무위원에 진입한 것이 눈에 띈다. 조용원 상무위원은 2012년 김정은체제 출범이후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승진한 뒤 줄곧 김정은 위원장을 밀착 수행했으며, 지난해 1월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된 지 1년 만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발탁됐다. 당 조직지도부 당생활지도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김 위원장의 생각을 가장 잘 읽고 당 장악력이 뛰어난 최측근으로 평가된다. 그의 파격 승진은 이미 조직지도부의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봉주 상무위원의 퇴진은 2000년대 중반 강경파에 밀려 총리직에서 물러날 때와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개혁’ 흐름의 후퇴로 보기는 어렵고, 세대교체적 성격으로 이해된다.

조직지도부 분화

당중앙위 전문부서의 개편에서 주목되는 것은 조직지도부의 분할과 당중앙검사위원회 강화, 일부 부서의 폐지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졌던 조직지도부의 분할은 향후 당 운영과 권력구조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 정확한 실상이 파악되지 않았지만 2019년 말 조직지도부 군사부문과 당 군사부가 통합 또는 재배치를 통해 ‘군정지도부’가 독립부서로 만들어졌고, 2020년 8월에는 검열과 행정부문이 분리 또는 분화돼 당 규율조사부와 당 법무부가 새로 조직됐다.

과거 김정일시대처럼 최고지도자가 당 조직비서와 조직부장을 겸직하는 것이 아니라 당 조직비서와 조직부장을 공식 임명하는 조건에서 조직지도부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독립된 부서의 권한과 책임성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대적인 당 조직 개편을 예고했던 북은 8차당대회에서 “특별히 당내 규율을 강화하고 새로운 규율 감독체계”를 세우는데 초점을 맞췄다. 8기 제1차 전원회의에서 김 총비서는 “당 안에 당규약과 당정책을 엄격히 이행하는 강한 규율을 세우고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현상을 뿌리 뽑자면 규율 감독체계를 새롭게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당 조직개편의 또 다른 목적이 당내 규율과 기강 확립을 통해 관료주의와 부정부패 척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중앙검열위원회를 폐지해 당중앙검사위원회에 흡수시키고, 당중앙검사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을 높여 “당내 규율 강화를 위한 감독 조사사업을 전담”하도록 했다. 또한 조사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검사위원회 산하에 집행부서를 별도로 설치했다. 당중앙검사위원회는 당 재정관리사업 검사 외에 △당 규율위반행위 및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 특세, 전횡심사 등 감독 조사 △당 규율문제 심의 △신소청원 처리 등을 담당하게 됐다(당 전문부서인 신소실 폐지).

중앙검사위원회 위원장에는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출신의 정상학(비서 겸직)을 승진 발탁했고, 부위원장에는 도당 위원장 출신의 박태덕과 리히용을 임명했다. 또한 집행부서로 규율조사부를 신설하고 당 법무부도 별도로 조직했다. 2020년 8월 사법·공안 조직을 담당하는 ‘조직행정부’를 새로 설치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새로운 부서는 ‘조직행정부’가 아닌 ‘규율조사부’와 ‘법무부’로 확인된 셈이다.

규율조사부장에는 지난해 8월 부장으로 임명된 박태덕이 그대로 유임됐다. 박태덕은 조직지도부와 지방당 간부를 거쳐 황해북도 당책임비서, 당 부위원장과 당 정치국 위원을 지낸 인물로, 최고인민회의 법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중앙검사위원회 강화에 대해 북은 “당 제8차대회를 계기로 당 안에 규율을 세우는 사업을 실지 감독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체계, 사업체계가 수립됨으로써 제8기 당중앙위원회가 전당적인 규율강화를 위한 사업을 강력히 전개할 수 있는 의의 있는 시작점,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체제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지만 계속적으로 ‘부정부패사건’이 발생하자 더욱 강력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8차당대회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 실현을 강조한 만큼, 이에 기초해 신설 강화된 당조직을 중심으로 향후 당 중앙위원회로부터 도·시·군당위원회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관료주의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대대적인 사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6. 당 규약 개정과 변화 내용

북은 제8차당대회에서 당 규약을 개정했다. 당 규약은 “당원들과 당조직의 활동준칙으로서 당건설 원칙과 당원들의 생활규범, 당의 조직·형식과 방법 등을 총체적으로 규정한 당의 기본문헌”이다. 일반적으로 당 규약에는 ‘전문(前文)과 더불어 입당절차·의무·권리 등 당원이 당연히 준수해야 할 원칙이 망라된 당원(제1장), 당의 조직원리와 조직구조(제2장), 당의 중앙조직(제3장), 도(직할시)의 당조직(제4장), 시(구역)·군의 당조직(제5장), 당의 기층조직(제6장), 조선인민군대 내 당조직(제7장), 정치기관(제8장), 당과 노동대중의 조직(제9장), 당의 재정(제10장) 등이 규정돼 있다.

북이 8차당대회에서 ‘절차’과 ‘규율’을 강조한 만큼 당 규약의 개정된 내용은 향후 당의 운영과 활동방향을 전망하는데 참고가 된다.

기본정치방식 변경 : 선군정치→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

개정된 당 규약은 전문(서문)에서 당의 지도사상으로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재확인하고, 이를 “주체사상에 기초하여 전일적으로 체계화된 혁명과 건설의 백과전서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투쟁 속에서 그 진리성과 생활력이 검증된 혁명적이며 과학적인 사상”으로 정식화했다. 그리고 지난 7차당대회에서 규정한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노동당의 최고강령으로 유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당의 기본정치방식을 ‘선군정치’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로 변경한 것이다. ‘인민대중제일주의’가 핵심 정치이념, 구호로 제시되면서 당 규약에 반영됐다.

특히 북 노동신문은 개정된 당규약 서문에서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과업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데 대하여 명백히 밝히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강위력한 국방력에 의거하여 조선반도의 영원한 평화적 안정을 보장하고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앞당기려는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립장의 반영으로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남한에서 미국을 쫓아내고 남조선 혁명을 지원해 혁명정권과 연방제 통일을 이룩한다, 김일성 시대의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노선’이 폐기되고, 핵과 미사일에 기반한 우월한 국방력으로 코리아반도 정세 안정뿐만 아니라 조국통일도 실현하겠다는 노선이 새롭게 채택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개정 규약 전체 내용이 공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이란 문구가 실제로 삭제됐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당의 중앙조직과 관련해서는 8차당대회에서 정무국이 비서국으로 변경된 것을 반영하여 당 위원장의 직제를 ‘총비서’로 바꾸고 각급 당위원회 위원장·부위원장 직제를 책임비서, 비서, 부비서로 하고 정무국을 비서국으로, 정무처를 비서처로 수정했다. 이는 2016년 제7차 당대회 이전 직제로 회귀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당 검열위원회를 없애고 그 기능을 당 중앙검사위원회에 이관하고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정치국의 권한을 강화했다.

노동당 당원수는 650만명?

제1장 <당원>에서는 입당절차와 방법에 대해 규정한 3조에서 후보당원 생활기간을 2년으로 규정했다. 7차당대회에서 1년으로 줄였던 후보당당원 생활기간을 다시 2년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것은 노동당이 “당원으로서의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당원”을 ‘명예당원’으로 전환해, 60세 이상 당원 100만 정도를 명예당원으로 바꾸고, 그 자리를 20-30대 청년층으로 채운 뒤 다시 원래대로 입당 조건을 강화한 조치로 보인다.

이번 당대회 참가한 대표는 5천명으로 발표됐다. 북은 당원 1300명당 투표권 대표자 1명을 선출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추정해 보면 현재 노동당 당원수는 650만명이란 추정치가 나온다. 5년 전 7차당대회 당원수를 일반적으로 350만명 정도로 추정했던 것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치는 너무 과도한 것으로 북 내부적으로 전체 인구의 10% 정도를 당원으로 한다는 원칙과도 배치된다. 따라서 노동당의 전체 당원수는 기존의 추정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추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당규약에서 북은 전반적으로 당원의 의무와 규율을 강화했다. 3년 이상 당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당원은 제명한다는 내용을 신설했고, 당원 뿐 아니라 당조직에도 당규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경고, 엄중경고, 사업정지 등 책벌을 줄 수 있도록 한 내용을 추가했다.

당 운영과 관련해서는 당대회 소집을 5년에 한 번씩 소집하는 것으로 명시했고, 당대회 소집 발표는 수개월 전에 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당대회와 함께 당세포비서대회와 초급당비서대회를 5년에 한번씩 소집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그리고 당중앙위 정치국의 임무와 권한을 규정한 27조에는 정치국이 당중앙위 전원회의를 소집한다는 내용을 보충했다. 또한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시급히 제기되는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고 당과 국가의 중요 간부들을 임면하는 문제를 토의한다는 내용, 당 수반의 위임에 따라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이 정치국 회의를 사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별도의 조문으로 규정됐다.

이외에도 당중앙군사위원회가 “토의문제의 성격에 따라 회의 성립비율에 관계없이 필요한 성원들만 참가시키고 소집할 수 있다”는 규정을 새로 추가해 긴박하게 제기되는 군사적 문제토의를 신속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인민군을 “조선로동당의 혁명적 무장력”이라고 규정해 군대에 대한 당의 지도를 강화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했다.

7. 대외·대남라인의 부침 – 검열과 문책

8차당대회 기간에 열린 제8기 1차전원회의는 김정은 위원장이 총비서로 추대된 것에 맞춰 정무국을 다시 비서국으로 명칭을 바꿨다. 비서국은 10명의 당부위원장으로 운영되던 정무국보다 3명이 줄어 7명의 비서로 구성됐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국제와 대남담당 비서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다. 국제부장이 김형준에서 중국통인 김성남으로 교체되고, 통일전선부장이 장금철에서 김영철로 교체됐지만 이들 모두 비서국 비서로는 기용되지 않았다. 이는 비서국 회의에 대외, 대남문제는 상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개편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지위와 역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김여정 제1부부장이 여러 차례 대남, 대미 관련 담화를 발표하자 대남, 대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도 공식적으로 김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은 김정은체제 출범 후 핵실험 등 주요 안보, 대남사안에 대해서는 ‘국가안전 및 대외 부문 일군협의회’를 열어 논의해 왔다. 그래서 일각에서 북이 우리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유사한 기구를 만들어 김 제1부부장을 책임자로 내세울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즉 대남, 국제 담당비서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대남, 대외문제를 담당하는 상설부서를 별도로 설치했거나 만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번 1차 전원회의에서 김여정은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했지만 8차 당 대회 집행부 명단에는 포함됐다. 여전히 대남, 대외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는 대목이다. 김여정은 중앙 지도기관 선거가 있은 하루 뒤인 1월 1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담화를 통해 8차 당대회 관련 열병식을 정밀 추적하겠다는 우리 합동참모본부의 입장을 ‘해괴한 짓’, ‘특등 머저리’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난한 바 있다.

이번 인사 때 김여정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영철 부장의 정치국 후보위원 탈락이나 강등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의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이 끝난 후 북은 당시 회담을 주도했던 인사들을 문책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도 3달 넘게 근신처분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지난해 여름 대남사업을 담당하는 당 통일전선부에 대한 강도 높은 검열이 진행됐고, 일부 인사들에 대한 문책이 진행됐다고 한다. 8차당대회에서 5년간 사업을 총화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대남, 대외사업을 담당했던 간부들에 대한 집중적인 비판이 제기됐을 가능성이 크다. 북이 여전히 ‘하노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북이 8차 당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키고, “파국에 처한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에 조만간 김여정 부부장이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다시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여정 부부장이 국무위원회 국무위원에 임명될 가능성도 있다.

다시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된 김영철 부장의 경우는 당분간 대남사업보다는 해외동포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남북교류를 담당해 왔던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등의 기구도 대폭 축소된 상황이라 향후 어떻게 재편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북은 당중앙위 전문부서의 인사개편 내용을 밝히면서 이례적으로 담당 부서명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김재룡(조직지도부장), 박태성(비서 겸 선전선동부장), 리일환(비서 겸 근로단체부장), 김두일(비서 겸 경제부장), 최상건(비서 겸 과학교육부장), 오일정(군정지도부장), 박태덕(규율조사부장), 김성남(국제부장), 허철만(간부부장), 김형식(법무부장), 박명순(경공업부장), 리철만(농업부장), 김영철(통일전선부장), 김용수(당 재정경리부장) 등의 직책이 공식 확인됐다.

다만 신임 당 부장 중 전 총정치국 선전부국장 리두성, 전 인민무력성 부상 강순남, 전 강원도당 위원장 박정남, 전 근로단체담당 부위원장 최휘 등의 직책은 확인되지 않았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통상 조직비서는 조직부장을 겸직했는데, 이번에는 비서와 부장을 별도로 임명한 점이 주목된다. 이것은 과거와 달리 조직지도부를 군정지도부, 규율조사부 등 여러 부서로 분리한 것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특히 당 경제정책실장(실장 전현철)이 내각 부총리까지 겸직하도록 함으로써 당의 경제분야 지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중앙군사위원회에는 당과 국가기구 인사에 따라 당연직 인사들이 새로 임명됐다. 주목되는 것은 당 경제부장 출신의 오수용이 군수공업을 총괄하는 제2경제위원장에 임명돼 중앙군사위원에 진입한 점이다. 이것은 최근 북이 군사시설을 민간시설로 용도전환하고 군수공장의 생산을 다각화하는 흐름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8. ‘국가경제발전5개년계획’ 내용과 특징

1) 현실적 계획, 선택과 집중 : 화학공업과 금속공업, 농업과 경공업을 중점사업으로 선정

2019년 말 당 전원회의에서 북은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를 투쟁구호로 정했다. 정세가 좋아지기를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을 벌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면돌파전에서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이라고 규정했다. 2018년 4월 제7기 제3차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나라의 경제토대를 재정비하고 생산잠재력을 총발동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필요한 수요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선 “경제사업 체계와 질서를 합리적으로 정돈하는 것”을 과제로 제시됐다.

해결방안으로는 내각의 통일적지도와 지휘 보장을 제시했다. 내각이 현존 경제토대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국가재정을 강화하고 생산단위들도 활성화할 수 있게 경제작전을 바로하고 조직사업을 치밀하게 짜고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경제사업을 현실에 발을 든든히 붙이고 진행하여야 하며, 현실적 요구에 맞게 계획사업을 개선하기 위한 명확한 방안을 찾고 전반적인 생산과 공급의 균형을 맞추며 인민경제 계획의 신뢰도를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부적인 대책으로는 사회주의 상업 복원, 불필요한 절차·제도 정리, 사업능률을 저하하는 요소들 바로잡기, 전문 건설 역량 확대 강화와 건설장비 현대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현실성 있는 실시, 과학농사, 증산 절약과 질 제고, 생태환경 보호와 자연재해 방지 등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자기 힘을 믿지 못하는 땜때기식 투자, 자체의 잠재력에 의거하지 않는 하루살이식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미래를 내다보면서 전망성 있게 사업하는 것이 혁명을 책임지는 마땅한 태도”라고 강조했다.

목표미달 부분의 ‘정비·보강전략’ 제시

그러나 1년이 지난 뒤에 소집된 8차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은 이러한 목표들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시인했다. 이것은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의 기본목표인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부문 사이의 균형을 보장하여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8차당대회에서 북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부진에 대해 객관적 요인으로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감행한 최악의 야만적인 제재봉쇄 책동 △해마다 들이닥친 혹심한 자연재해 △지난 해에 발생한 세계적인 보건위기의 장기화를 꼽았다.

그러면서 주체적으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제대로 입안되지 못하고 △과학기술이 실제 나라의 경제사업을 견인하지 못했으며, △불합리한 경제사업체계와 질서가 정비되지 못했다는 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객관적 요인보다는 주체적 요인들에 대한 비판과 극복 방안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북은 새로운 경제발전5개년계획을 경제발전5개년전략 수행과정에서 미달한 부문을 보완하고 정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과거 경제발전계획이 미달할 경우 2-3년의 완충기(과도기)를 설정한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사업총화보고’에서 “현 단계에서 우리 당의 경제전략은 정비전략, 보강전략으로서 경제사업체계와 부문들사이의 유기적 련계를 복구정비하고 자립적 토대를 다지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여 우리 경제를 그 어떤 외부적 영향에도 흔들림 없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정상궤도에 올려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총적방향은 “경제발전의 중심고리에 력량을 집중하여 인민경제전반을 활성화하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튼튼한 토대를 구축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금속과 화학공업을 중점사업을 선택한 이유

이에 따라 새로운 ‘5개년계획’에서는 기간공업부문(선행부문) 중에서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중점사업을 선정하고, 동시에 지난 5년간 성과를 낸 경공업과 농업분야에 중점을 두었다.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관건적 고리로 틀어쥐고 투자를 집중”하여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생산을 정상화하고, 농업부문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강화하며, 경공업부문에 원료, 자재를 원만히 보장하여 인민소비품 생산을 늘리는 것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북이 지난해 5월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을 비롯해 화학공업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고, 건설분야의 성과를 위해서는 철강재 생산이 절실하기 때문에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중점사업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은 탄소하나화학공업 창설에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탄소하나화학공업은 북에 매장량이 풍부한 석탄의 지하가스화를 이용해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만들고 이를 합성해가며 필요한 화학 물질을 얻는 화학공업을 뜻한다.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분야이다.

북은 효율이 낮은 갈탄을 활용하는 첨단기술을 수입, 개발해 이를 탄소하나화학공업과 철강재 생산에 적용하고, 갈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워 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은 금속공업의 과제를 언급하며 “새로운 5개년계획에 반영된 철강재 생산목표를 점령하기 위하여 주요제철, 제강소들에서 현존 생산공정들을 선진기술로 개조하고 에네르기절약형의 새로운 제철로들을 건설하여 생산능력을 확장하며 철광석생산을 활성화하고 북부지구의 갈탄을 선철생산에 리용하기 위한 과학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것을 언급했다.

당대회에서 처음으로 ‘갈탄의 이용’이 언급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은 생산과 기술 적 측면에서 준비를 끝내고 갈탄의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북은 “여러 지구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갈탄을 적극 이용하면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하는 갖가지 기초 화학제품을 다량 생산할 수 있다”는 자체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다른 공업분야의 과제와 목표는 통상적인 수준에서 언급됐지만 공개된 내용에는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건재공업부문에서만 기본과업으로 “800만t의 세멘트고지를 점령”할 것을 주문해 수치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것은 건설부문에서 평양시 5만세대 살림집 건설(해마다 1만세대 건설), 함경남도 검덕지구에 2만 5천세대의 살림집 건설을 목표로 제시했기 때문에 다른 부문과 달리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력분야에서는 ‘핵동력공업창설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계획’들이 언급돼 주목된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이 실제로 원자로 건설에 들어갈 경우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2) 지방에 대한 투자 확대

이번 8차당대회에서는 지방경제 활성화를 상당히 강조했다. 우선 “시, 군을 거점으로 하여 농촌경리와 지방경제 발전, 인민생활 향상을 추진하는 것”을 전략적 방침으로 규정하고, “시, 군들의 자립적이고 다각적인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정책적 문제들”이 제시됐다.

김 위원장은 폐회사에서 “지금 농촌을 비롯한 시, 군(郡)인민들의 생활이 매우 어렵고 뒤떨어져 있습니다”라고 이례적으로 지방의 낙후성을 지적하고 “이제부터는 지방경제를 발전시키고 지방인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데 주목을 돌리자고 합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그는 “시, 군의 자립적이며 다각적인 발전을 추동하여 지방경제를 끌어올리고 인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당면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구체적인 지방 지원책까지 언급해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은 “국가적으로 해마다 모든 시, 군들에 세멘트 1만t씩 보장해주기 위한 사업을 강하게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이것은 지방의 주택 건설과 주요 시설 현대화사업을 중앙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농촌지원도 언급했다.

북은 몇 년 전부터 지방인프라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지방 각지에 수력발전소 건설, 본보기(모델) 군 건설, 지역단위 온실농장 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지만 ‘본보기’ 단위를 만들고 이를 다른 분야나 지방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북의 전형적인 사업방식이다. 김정은시대에 들어와서 북은 평양에 고아원, 양로원을 현대식으로 건설하고, 이를 모델로 지방 주요 도시에 애육원과 양로원을 새로 건설했다. 평양의 김책공업종합대학과 김일성종합대학에 전자도서관이 우선 설치된 후 이어서 각 도에 전자도서관이 들어선 것도 같은 방식이다.

8차당대회에서는 우선 “시, 군 소재지들의 면모를 일신”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제시했다.

관광 활성화와 지방경제 발전 연계

군(군) 단위 사업으로는 삼지연시 개발이 대표적 사례다. ‘삼지연시 꾸리기’(현대화사업)는 백두산지역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이며, 김정은 위원장은 2016년 11월과 2017년 12월 직접 삼지연군을 시찰하며 “삼지연군꾸리기에 전당, 전국, 전민이 총동원되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북이 삼지연시 개발에 힘을 쏟는 의도는 “백두산 아래 첫 동네”인 삼지연군을 산간도시의 본보기, 표준으로 삼기 위해서이다. 김정성 량강도당위원회 부위원장은 2017년 조선노동당 이론기관지 <근로자>(2017년 8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삼지연군 개발이 갖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우리는 삼지연군을 혁명전통교양의 대로천박물관으로, 우리나라에서 감자농사의 본보기단위, 지방공업이 제일 발전된 잘사는 곳으로, 농촌경리의 종합적 기계화를 실현하는데서 제일 앞선 전형단위로, 온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희한한 고장으로 변모시킴으로써 삼지연군을 산간도시의 본보기, 표준으로 꾸리려는 당의 의도를 실천으로 받들어나가야 한다.”

북이 ‘혁명전통의 상징’이라고 선전하는 지역이지만 고지대라는 지리적 특성상 낙후된 삼지연시를 현대적인 마을로 재건축하고, 이를 북 전역의 산간마을로 확산시키겠다는 게 북의 구상이다. 북한은 삼지연시 2단계 현대화사업을 마치고 현재 3단계 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평양에 창전거리, 미래거리, 여명거리에 아파트와 주상복합 고층빌딩이 들어선 후 신의주, 원산, 함흥 등 주요 도시에 고층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도시 재정비사업이 점차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상을 잘 보여준다. 북은 2000년대 후반에 지방 도시 재건축계획안을 확정했지만, 지방 자체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도록 해 속도 자체는 빠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8차당대회에서 특별히 지방경제 활성화를 강조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8차당대회에서는 ‘지역적 특성에 맞는 발전전략과 전망목표’를 현실적으로 수립하고,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게 발전시킬 것을 정책적 과제로 제시했다.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것이 관광 활성화와 각 지역에 경제개발구에 대한 투자 유치다. 이와 관련 8차당대회에서는 관광사업을 “인민들이 보다 문명한 생활을 누리게 하고 나날이 변모되는 우리 국가의 모습을 세상에 널리 떨치기 위한 중요한 사업”으로 규정했다.

북은 백두산관광, 마식령스키장,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구, 양덕온천 개발 등과 함께 다양한 관광상품을 내놓아 관광객 유치를 3배가량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해 코로나19사태로 공염불이 돼버렸다. 이에 따라 북은 올해 삼지연시와 원산갈마해양지구 개발을 끝내고, 이어서 금강산지구 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말 내각 총리가 금강산지구를 직접 시찰했고, 이번 8차당대회에서 “고성항 부두에 있는 해금강호텔을 비롯한 시설물들”을 모두 철거한 후 “금강산지구를 우리 식의 현대적인 문화관광지로 전변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코로나19사태가 진정되면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와 관련해 실무협의를 요청했지만 당국간 대화가 재개되지 않을 경우 북측이 일방적으로 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과 국가경제발전5개년 계획 비교

 

<표> 국가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산업별 목표와 실현방안

 

3) 경제관리체계 개선의 ‘결정적 대책’ 주문

8차당대회에서는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내각이 경제사령부가 되는 내각책임제· 내각중심제, 국가경제의 주요명맥과 전일성 강화, 경제관리의 결정적 개선, 과학기술의 힘으로 생산정상화 및 개건현대화, 원료 및 자재 국산화 추동 등을 강조했다. 2019년 말 개최된 전원회의 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안들이다. 다만 대외경제를 자립경제의 토대와 잠재력 보완에 지향시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표방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8차당대회에서는 “새로운 5개년계획수행의 성패는 경제관리를 어떻게 개선하는가 하는데 달려있다”며 “중앙당 경제부서들과 내각, 국가계획위원회, 공장, 기업소를 비롯한 모든 부문이 합심하여 경제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결정했다. 김정일 정권 출범이후 줄곧 경제관리 개선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성과가 미진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방향은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경제 상황이 어렵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당과 내각의 집행력과 통제력을 강조한 것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김 위원장은 “자력강화의 견지에서 볼 때 국가관리와 경제사업을 비롯한 이여의(다른) 분야에서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며 “자력갱생, 자급자족하자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우리의 사업은 지난날의 타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경제의 발전동력이 회복되지 못하여 나라의 형편이 눈에 뜨이게 좋아지지 못하고 있으며 중요한 경제과업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집행력, 통제력이 미약하다”는 점을 시인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자력갱생한다고 구호만 외치면서 실제 인민경제의 자립적 토대를 정비 보강하는 데 힘을 쏟지 않고 있고, 기업체들의 경영관리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에서도 뚜렷한 전진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이번 8차당대회에서는 “시범적으로 연구도입 되고 있는 방법들과 경영관리, 기업관리를 잘하고 있는 단위들의 경험들을 결부시키는 것 을 비롯하여 우리 실정에 부합되면서도 최량화, 최적화의 효과를 볼수 있는 경제관리방법들을 연구완성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내밀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향후 5년 동안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와 관리, 경제 체계와 질서 복원, 공장·기업소들의 생산적 연계와 협동 실현 등에 당적, 국가적 역량을 집주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설정은 여전히 북한 경제가 산업별 불균형이 심각하고, 경제관리개선방안으로 제시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여전히 정착되지 못한 현실을 보여준다.

사회주의기업 책임관리제 미정착 현실 반영

김 위원장은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경제관리방식의 개선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기업경영방식과 협동농장의 포전담당제 도입이 시범적으로 실시된 후 2014년 5월 30일 당·국가·군대기관 책임일군(간부)들과 진행한 담화 ‘현실발전의요구에 맞게 우리식경제관리방법을 확립할데 대하여’(5.30담화)를 통해 새로운 경제관리방법으로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를 제시한 바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공장, 기업소의 자율성을 높여 계획과 경영 권한을 기관과 공장, 협동단체에 대폭 이관한 것이다.

기업 책임관리제의 확산은 각 기관,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들이 새로운 ‘경영전략’을 고민하도록 사회분위기를 변화시키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5.30담화’에서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들은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의 요구에 맞게 경영전략을 잘 세우고 기업활동을 주동적으로, 창발적으로 하여 생산을 정상화하고 확대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북은 “인민대중제일주의가 경영전략의 초석”이라며 간부의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도 “국가적으로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가 공장·기업소·협동단체들에서 실지 은을 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업 책임관리제의 전국적 확산은 북 간부들과 주민들의 사고방식을 실리 추구로 바꾸고, ‘시장경제적 요소’를 사회주의체제에 접목시키는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단기적으로 북한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주민들의 소득증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8차당대회에서 경제관리 개선의 ‘결정적 대책’을 주문한 것은 아직까지도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기업과 협동농장 등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적인 방법론이 확정되지 않았고,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은 도입,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실과 평가는 8차당대회와 이어진 최고인민회의에서 당 경제부장의 교체, 당 정책정책실 신설, 내각 경제책임자에 대한 전면적인 물갈이로 나타났다. 경제관리개선과 정착을 위해 ‘대담한 혁신’을 하라는 것이다.

경제관리개선에 대한 강조는 다른 한편으로 당과 군 산하 무역회사와 기업소 중심의 이른바 ‘당 경제’와 ‘군 경제’를 축소하고, ‘내각 경제’의 비중을 높이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9. 사회, 문화분야에서 기존 정책 기조 유지-사회통제 강화

사회·문화분야는 8차당대회에서 제7차 대회와 비교해 1/3수준으로 비중이 축소됐고, 정책 우선순위 역시 다소 밀려났다. 총적 목표 자체가 과거의 사회주의문화강국 건설 대신 ‘새로운 조선식 문명’을 창조하는 사회주의문화의 개화기를 마련한다는 수준으로 조정됐다.

지난 5년 동안의 평가에서도 보건 부문에서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에 대응하여 비상방역사업 체계와 토대가 확립되었다는 내용이 추가됐지만 문학예술 부문의 성과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8차당대회에서는 교육 부문에서 교육내용과 방법, 교수관리제도의 개선, 교원들의 능력과 자질 제고 등이 과제로 제시됐고, 국가적 투자와 지원 강화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보건 부문에서는 의료기관과 제약 및 의료기구공장의 개건사업과 더불어 세계적 보건위기에 대처할 방역기반의 구축이 과제로 제시되었다. 최근 북에서는 묘향산의료기구공장과 평양전자의료기구공장의 현대화를 완료하고, 평양종합병원 운영 채비를 하는 등 전국적으로 의료분야 공장의 현대화와 지방 병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문학예술부문에서는 ‘새로운 개화기’의 실현이 촉구됐고, 출판보도 부문에서 보도, 방송, 언론의 역할 강화가 강조됐다. 특히 8차당대회가 끝난 후 김정은 위원장은 출판·인쇄 부문 근로자들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기념사진을 별도로 찍었다.
그리고 8차당대회에서는 사회주의생활양식과 ‘혁명적 준법기풍’ 확립을 강조했다. 생활양식측면에서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적 현상”의 근절과 함께 “사회주의생활양식에 어긋나는 현상들과의 대중적 투쟁”을 강력히 전개할 필요성이 언급된 것이다.

북은 지난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는데, 이러한 사회문화통제 분위기가 이번 8차당대회에서도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가사회주의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준법기풍의 확립과 함께 사법검찰, 사회안전, 보위기관의 역할이 강조됐다. 당원들의 규율 강화와 함께 주민들의 사상적 해이와 일탈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통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북은 ‘통제 기준’과 관련해 과거보다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북은 지난해와 올해 1월 1일 열린 새해맞이 공연에서 과거와 다른 형태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은 ‘세계적 추세’를 수용하는 기존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과거보다 완화된 통제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교양학습하는 한편 일탈행위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0. 국가방위력 강화 천망하며 대미 압박

8차당대회에서는 국방분야에서 ‘국가방위력’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사업총화보고에서 “국가방위력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강화하여 나라와 인민의 안전과 사회주의건설의 평화적 환경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려는 중대의지를 재천명”했다고 한다. ‘재천명’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북은 2019년 말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강력한 핵억제력의 동원태세를 항시적으로 믿음직하게 유지할 것이며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 없이 계속 진행해나갈 것”이라고도 천명한 바 있다.

이 전원회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정면돌파전에서 반드시 승리하자면 강력한 정치외교적, 군사적 담보가 있어야 한다”며 주로 ‘군사적 담보’를 거론했다. 우선 그는 국방건설 목표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전략무기개발사업’도 더 활기차게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철회되고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 선결적인 전략무기개발을 중단 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는 목표를 밝힌 것이다.

이 같은 기조는 8차당대회에 그대로 이어졌다. 사업총화보고에서 김 위원장은 국방분야에서 ‘국가핵무력건설대업 완성’을 지난 5년간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는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규격화, 전술무기화 등을 달성했다며, 초대형수소탄개발 완성, 대륙간탄도미사일(‘화성포-15’) 발사 성공 등을 예로 들었다. 대외분야, 경제·사회·문화분야에서 성과를 강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방분야가 상대적으로 강도나 비중에서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년 전과 기조 자체가 크게 변화되지는 않았다. 8차당대회에서 북은 경제건설에 집중하기 위해 평화적 환경이 필요하다는 기조를 재확인 하면서, 미국과의 비핵화협상에 매달리지 않고 국가방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자력으로 평화적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속적으로 ‘전략무기’ 개발을 진행하면서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폐회사에서 “국가방위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하는 것”을 중요한 과업으로 제시하고, △핵전쟁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집중, △ 군대를 최정예화, 강군화하기 위한 사업에 계속 박차, △국방과학기술 발전, 군수생산목표와 과업들 수행을 통한 최강의 군사력 담보 등을 주문했다.

북은 2019년 2월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후 내부적으로 상상한 논전이 전개된 것으로 전해진다. 강경론은 미국과 트럼프행정부를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핵협상에서 사전 양보 조치는 부적절하고, 협상보다 핵을 마지막까지 개발해서 무장력을 더 키워야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협상론은 대미관계를 푸는데 총집중해 2020년까지 북미관계의 새로운 진전을 모색하자는 입장이었다. 북미 정상 사이의 소통과 대화에는 큰 문제가 없고, ‘서로가 원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2019년 6월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은 후자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리고 2019년 8월 중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로 ‘북미간 상호관심사인 안전보장(북미관계정상화)문제와 비핵화문제에 대해 진전된 합의를 이룩하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북미정상회담을 열자’는 취지의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4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없고, 미국이 비핵화 실무회담에만 치중하는 태도를 보이자 북한은 다시 대미압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12월 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 협상의 교착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새해 “충격적인 실제 행동”, “새 전략무기 목격”을 예고했다. 다만 “핵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향후 미국의 대응에 달렸다며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북한 내부의 강온 입장을 절충해 북미협상의 판을 완전히 깨지는 않으면서 압박을 강화해 협상을 위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였다.

이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정면돌파전에서 반드시 승리하자면 강력한 정치외교적, 군사적 담보가 있어야 한다”며 주로 ‘군사적 담보’를 거론했다. 우선 그는 국방건설 목표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전략무기개발사업’도 더 활기차게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철회되고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 선결적인 전략무기개발을 중단 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는 목표를 밝힌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멀지 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예고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전략무기’와 관련해서는 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으로 추론됐지만, 2020년 코로나19사태로 북은 ‘전략무기’를 시험해 대외관계를 악화시키기보다는 비상방역에 집중했다.

북은 8차당대회에서 국가방위력 강화의 내용을 상세히 공개해 미국을 압박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는 남겨놓았다. 북은 협상 기조로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표방했다. 북미협상의 판을 완전히 깨지는 않으면서 대미 핵 압박을 강화해 협상을 위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핵무력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강력한 국가방위력은 결코 외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방향으로 추동하면 성과를 담보하는 수단이 된다”고 했다. 역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 놓은 발언으로 평가된다.

북은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정치외교 및 군사적 대응조치들을 ‘준비’하면서 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일단은 먼저 ‘군사적 행동’에 나서기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3월 한미합동군사연습 등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신형 잠수함 공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은 언제든지 가능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11. 북한의 대외정책 방향과 전망

‘선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요구 – 2018년 ‘6.12북미공동선언’에서 출발

북은 미국이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흡진갑진하면서 정치·외교적 잇속을 차리는 동시에 제재를 계속 유지해 우리의 힘을 점차 소모 약화하자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게 북한의 기본 대미인식이다. 따라서 이에 대응해 “꿋꿋이 뻗치고 서서 미국과 추종하는 적대세력들에게 계속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이 북미 사이의 신뢰 구축을 위하여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핵시험장을 폐기하는 선제적인 중대조치들을 취했지만 미국과 한국이 중단을 ‘공약한’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지속했기 때문에 “더 이상 일방적으로 (공약)에 매여 있을 근거”가 없어졌으므로 미국의 태도를 보아가며 ‘충격적 실제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출범 때처럼 먼저 선제적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은 8차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리고 자신들을 겨냥해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람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이는 북이 북미협상에서 제시한 조건, 즉 제재의 전면 철회와 한미 군사연습 및 훈련 중단, 그리고 조기 관계개선이 없이는 먼저 행동에 나설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과거에 북이 6자회담이 진행할 때 자주 언급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황에 따라 정책 변화의 여지를 남겨놓으면서도 그 전제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변화를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8차당대회에서 북은 한번도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회담이 아니라 ‘핵군축’ 차원에서 협상을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8차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는 “여러 차례의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은 세계정치사의 특대사변”이라고 의미부여하고, “적대적인 조미관계사상 처음으로 열린 두 나라 최고수뇌들의 직접회담에서 당중앙은 강한 자주적 대를 가지고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을 확약하는 공동선언”을 이루어 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6.12북미공동선언의 핵심은 수십 년의 긴장과 적대행위를 극복하고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통해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코리아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1.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바람에 맞춰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
2. 양국은 코리아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3.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코리아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이러한 합의는 ‘비핵화가 우선이냐, 평화체제가 우선이냐’ 라는 기존의 방식을 바꾸는 새로운 해법이었다.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미국은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코리아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북이 제시한 협상 기준

김 위원장은 8차당대회에서 ‘6.12북미공동선언’을 큰 성과로 평가함으로써 북미협상의 기준을 제시했다. 완전한 비핵화는 북미 관계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에 진행될 때 가능하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6.12북미공동선언’을 인정하고, 이에 기초해 대화와 협상에 나와야 비핵화논의가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20년 7월 10일 발표된 ‘김여정의 담화’가 좀더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담화는 북한의 대미정책 방향을 담고 있어 사실상 ‘대미 독트린’이라고 할 수 있으며, 8차당대회에서도 이러한 대미정책의 기조로 깔려 있다. 당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안보-안보교환, 능력기반전략, 선제핵 불사용 원칙, 단계적 비핵화 입장을 천명했다. 특히 그는 대미 협상과 핵문제 해법으로 ① 북‧미 대화 재개⇆ 적대시 철회, ② 비핵화 ⇆ 상응조치의 두 단계로 나눠 제시했다.

협상측면에서 보면 8차당대회에서 나타난 북의 단기적, 장기적 청사진은 분명하다. 우선 미국과의 협상을 장기전으로 규정해 안전보장과 비핵화 협상을 단계적이고 동시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북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미국이 ‘선 핵포기’ 주장을 고집하여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는 최대의 실책을 범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북은 핵능력의 핵심인 연변핵시설 폐쇄와 부분적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복잡한 국내 정치상황으로 이를 수용하지 않고 추가양보안을 요구함으로써 이 같은 양보안은 폐기됐다.

따라서 미국이 단계별로 실행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북미협상은 어렵게 됐다. 북이 시사한 해법을 더 세밀하게 보면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의 상징적 조치로 ‘종전선언’을 하고,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단계별로 ‘주고받기식’ 북미협상을 하자는 것이며, 필요시 합의의 국제적 담보를 위한 다자회담 수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중국의 행보에 주목

특히 북의 행보에서 주목할 것이 중국과의 관계이다. 북은 이번 8차당대회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공동의 위업을 위한 투쟁에서 뗄래야 뗄수 없는 하나의 운명으로 결합된” 관계라고 규정했다. 5차례의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의사소통과 호상리해를 깊이하고 두 당사이의 동지적 신뢰를 두터이 함으로써 조중관계를 새롭게 강화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도 8차당대회에 보낸 축사에서 “새로운 정세하에서 중국 측은 조선 측과 함께 두 당, 두 나라 최고령도자들의 중요한 공동인식을 지침으로 하여…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실현하는데 새롭고 적극적인 기여를 할 용의가 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언급을 북중 사이에 어느 정도 조율된 내용이라고 전제한다면 중국이 향후 ‘3자 또는 4자회담’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북의 8차 당대회를 맞아 중국이 다시금 지역 내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기여’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이에 북도 호응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주장하는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이자 중국 대북정책의 기본 원칙은 ‘쌍중단과 쌍궤병행’이다. 쌍중단은 북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는 것과 동시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되는 것을 말한다.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체제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이같은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론은 현재 북중관계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북한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 특히 북으로서도 2019년 하노이회담 결렬 직후 ‘북미-남북 연계전략’을 폐기한 만큼 한국 대신 중국을 중재자로 활용해 북미, 다자회담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 보면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 행정부들의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표방했고, 북도 선제적으로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정중동’의 상황이 일정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은 바이든 행정부가 ‘6.12북미공동선언’을 폐기할지, 계승할지를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코로나19사태가 어느 시점에 안정화될 지도 현실적인 중요 변수다.

좀 더 길게 보면 코로나19사태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북은 중국을 중재자로, 또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수용하는 형태로 대화의 장에 나오든, ‘전략 무기’ 시험을 통해 긴장고조 후 대화국면 전환을 모색하든 ‘정중동의 국면’을 깨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한은 협상에 나서더라도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가 짧다는 점에서 확실하고 구체적인 실리와 담보를 요구할 것이다.

12. 북의 대남정책 방향과 남북관계 전망

북은 2019년 말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남쪽을 향한 메시지를 한 마디도 내놓지 않았다. 1만8천자가량 되는 회의 결과 보도에 ‘북남(남북)관계’라는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내용은 다루지 않지만 7기 5차 전원회의 결과 발표가 신년사를 대체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기조에 대해 향후 대미·대중관계 변화에 따라 대남정책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당시 북 내부 분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북은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북미-남북관계 연계전략’을 폐기하고, 이 전략에 앞장섰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김여정 제1부부장을 문책하는 한편, 일체의 대남접촉을 금지시켰다. 특히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조건 없는 재개를 제안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북이 먼저 손을 내밀기가 어려워졌다.

대외, 대남전략을 총괄한다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20년 6월 13일자 담화에서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에 해낼 능력과 배짱이 있는 것들이라면 북남관계가 여적 이 모양이겠는가”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당시 북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다만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2020년 남북 정상간 두 차례 친서를 주고받았고, 개성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강경조치가 있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긍정적 메시지도 나왔다. 일단 대화를 위한 남북 간 ‘접촉’과 소통 자체는 가능해진 것이다.

8차 당대회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돼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사업총화보고에서 남측 때문에 북남관계 개선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4.27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남북관계가 돌아간 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4가지를 거론했다.

1) 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 문제들을 꺼내들고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2) 첨단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 중지에 대한 거듭된 경고를 계속 외면서 남북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
3) 남조선당국이 이중적이며 공평성이 보장되지 않은 사고관점으로 북의 ‘상용무기개발사업’에 대해서는 ‘도발’이라고 몰아붙이며, 남측은 첨단군사자산 획득과 개발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4) 남측이 비정상적이며 반통일적인 행태들을 엄정관리하고, 근원적으로 제거하지 못했다.

이러한 원인을 극복하기 위해 북은 8차당대회에서 1) 남북관계에서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려는 입장과 자세, 2)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일체 중지, 3) 남북선언들을 무겁게 대하고 성실히 이행 등 3가지 원칙을 남측에 제시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현시점에서 남조선당국에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북남합의들을 리행하기 위하여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주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북의 요구를 액면그대로 보면 대북제재 상황 속에서, 임기 내 전작권 이양을 추진하고 있는 조건 속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의 이행 의지 표명으로 남북간에 조율될 수 있는 전제조건들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남북대화와 교류 재개에 대한 여지를 남겨 놓았다. 그는 “지금 우리 민족은 북남관계의 심각한 교착상태를 수습하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가 아니면 대결의 악순환과 전쟁의 위험 속에 계속 분렬의 고통을 당하는가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며 “이 엄중한 상황을 더이상 수수방관하지 말아야 하며 파국에 처한 현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대화냐 대결이냐’는 기로에서 남북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지시한 것이다.

따라서 8차당대회에서 북은 자신들이 내세운 원칙이 전면적으로 수용되지 않더라도 일정한 명분이 축적되면 단계적으로, 일정한 범위에서 대화와 교류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보고 마지막에 “남조선당국의 태도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념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향후 남북정상회담까지 여지를 주면서 남측의 적극적인 행보가 있어야 그런 결단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13. 최고인민회의 내각 인선에 나타난 북한의 정책 방향

북은 8차 당대회를 마치고 1월 17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 제8차당대회 결정을 뒷받침할 법령과 예산을 통과시키고, 내각을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 회의에서는 주요하게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 법령과 지난해와 올해 국가예산에 대한 예·결산을 통과시키고 하루 만에 폐막됐다. 북은 통상 매년 3, 4월에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를 열어 전년도 예산 결산과 새해 예산을 발표해 왔으나 이번에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신속히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당 대회 직후 회의를 개최했다.

내각 전면 세대교체

이번 최고인민회의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성과와 실적, 세대교체 원칙에 따라 내각의 부총리와 상(장관)에 대한 전면적인 교체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부서의 차관이나 국·실장의 승진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인사는 실적 위주와 세대교체를 통해 내각에 활력을 불어넣고, 8차당대회에서 강조한 실질적인 내각중심제, 내각책임제 정착을 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8차당대회에서 “새로운 5개년계획기간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와 관리밑에 경제를 움직이는 체계와 질서를 복원하고 강화하는데 당적, 국가적 힘을 넣어야 하겠습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방향은 인사 내용에도 반영돼 조선노동당 경제정책실장이 내각의 부총리를 겸직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당의 경제정책적 지도를 강화하고, 중앙당 경제부서들과 내각, 국가계획위원회, 공장, 기업소를 비롯한 모든 부문의 경제관리 개선을 위해 당과 내각의 협의구조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질적인 내각중심제 정착을 위해 군수분야(시설 및 부지, 회사, 기업소, 기술 등)의 민수 전환이 촉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 경제부장 출신의 오수용을 군수공업을 총괄하는 제2경제위원장과 당중앙군사위원에 임명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것은 최근 북한이 군사시설을 민간시설로 용도전환하고 군수공장의 생산을 다각화하는 흐름과 연관된 것이다.

북은 최근 군사기지가 위치한 강원도 원산갈마반도를 2018년 이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로 건설하고 있고, 비행연대가 주둔하고 있던 함북 경성군 중평리에 대규모 온실 농장과 양묘장을 지은 바 있다. 즉, 2018년 4월 ‘경제건설총력집중 노선’을 제시한 북이 군수산업 기술을 민수산업으로 응용 및 활용하려는 군수산업의 민수산업 전환정책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의 ‘군 경제’ 축소는 1) 군사시설의 민간 시설로의 전용, 2) 군 산하 공장·회사들의 내각 산하 이전, 3) 군수기술 중에서 민간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 분리[스핀오프(spin-off)] 등을 포함한다. 성과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중에서도 군 부지를 활용한 군의 민간시설 건설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북한은 청진개발구 안에 포함된 청진시 청암구역 삼해리의 군부지를 활용해 나선특구와 청진시 중간지점에 ‘청진국제공항’을 건설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군의 소극적 태도를 의식해 김정은 위원장은 8차당대회 폐회사에서 “당대회이후에도 특수성을 운운하며 국가의 통일적 지도에 저해를 주는 현상에 대해서는 그 어느 단위를 불문하고 강한 제재조치를 취하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당과 군대 산하의 무역기관이나 기업소 등이 ‘특수성’을 내세워 내각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던 관행에 대한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교체된 국무위원 미발표

그러나 북의 보도내용만 보면 남북대화, 남북장관급회담의 상대역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여전히 공석인 채로 임명되지 않았다. 남북관계의 불투명성을 고려해 발표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북이 기존의 채널 외에 공식대화 재개에는 소극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북한이 비공개 접촉과 협의는 지속하되, 공식대화는 관망적 태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가격제정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아 이 조직이 가격제정국으로 격하됐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개편, 보선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무위원들에 대한 내용이 이례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물러난 박봉주를 비롯해 리만건(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변경), 김수길(총정치국장에서 강원도당 책임비서로 변경), 최부일(당 군정지도부장에서 퇴임) 등이 물러나거나 보임 변경됐기 때문에 당연히 신임 부서의 책임자들로 보선돼야 한다.

북이 이번에 신임 국무위원을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1) 국무위원회의 조직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거나 2) 김여정 부부장을 국무위원에 내정하거나 임명한 것을 공개해 불필요하게 논란이 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내각 산하에서 국무위원회 산하로 변동됐을 가능성도 있다.

14. 정부의 대응방향 -예상 시나리오별로 대응책 필요

북은 8차당대회가 끝난 후 당대회 문헌 학습에 돌입했다. 북은 연일 사회 전반에 만연된 그릇된 사상관점, 불합리한 사업체계, 무책임한 사업태도, 구태의연한 사업방식, 보신주의와 패배주의, 대외 의존심 등의 극복을 선전하고 있다.

북은 1차적으로 당대회에서 구호로 제시한 ‘이민위천·일심단결·자력갱생’의 3대이념을 내세우며, 8차당대회에서 제시된 구상과 시간표대로 내부문제와 경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 측면에서 북은 대화의 조건을 분명히 하면서 ‘대화냐 대결이냐’는 선택을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의 문재인 정부에 넘겼다. 따라서 북은 향후 다양한 형태로 ‘국가방위력’을 시위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3월의 한미합동군사연습의 수위 등을 지켜본 후 구체적인 대응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화에 나오더라도 ‘장기전’을 언급한 만큼 확실한 ‘실리’와 ‘담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8차당대회에서 지난 5년간의 대외, 대남정책과 관련해 비판받고 위축된 대남·대외라인은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언급한 김 위원장의 지시로 다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중심으로 대응팀을 구성해 전반적인 대외전략을 새로 짜고, 구체적인 대응방향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대응책 마련 필요

북도 언급한 것처럼 향후 코리아반도 정세는 불투명하고 유동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이 ‘6.12북미공동선언’을 폐기하고, 상반기나 하반기에 ‘전략무기’를 동원한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실시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북도 SLBM이나 ICBM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에 미국이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해 맞대응하면 북한의 대응은 예측 범위를 넘어설 수도 있다. 북은 2017년 8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로 “미제의 핵 전략폭격기들이 틀고 앉아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를 포함한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를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해 5월 14일 시험발사했던 화성-12형으로 ‘포위사격’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올해 북이 이런 움직임이 보인다면 한반도 정세는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국면으로 빠져들 것이다.

물론 2017년과 같은 ‘말 폭탄’ 수준을 넘어 실제 행동단계에 들어가는 위기국면이 도래하면 중국이 개입해 수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대화의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시나리오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바로 대화국면에 진입하든, 긴장국면을 거치든 ‘4자회담’ 형태의 다자회담틀이 마련되고, ‘장기적인 대화국면’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종전선언’이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종전선언의 시점과 위상이다. 미국은 종전선언을 비핵화회담 재개의 입구로 생각하고 있고, 반면 북은 핵실험장 폐기, 장거리미사일 미발사 등의 선제적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신뢰구축의 상징적 조치로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결국은 이 간극을 조율하는 게 한국 정부의 역할이 될 것이다. 종전선언을 둘러싼 북미 간 인식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종전선언은 어려워지고, 종전선언에 대한 담보 없이 북은 북미협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중국이 북의 비핵화를 담보하면서 ‘핵군축’ 방식을 변형한 북·미·중 3자회담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다. 중국이 한중관계를 고려해 이같은 무리수를 두지는 않겠지만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과정에서 잘 나타났듯이 북은 비핵화협상에서 남측을 배제하려는 의도를 보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한미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긴밀히 소통, 협의해야 하는 측면이다.

또한 중국이 3자회담을 추진하지는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미국의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는 적극적 행보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과 협의를 거쳐 2019년 12월 유엔 안보리에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 결의안에는 남북 철도 협력사업의 제재 면제와 북 수산물·섬유 수출금지 해제 등이 담겼다. 당시 중국과 러시아가 통과 가능성이 없는 걸 애초에 알면서도 제재 완화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사전정지작업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즉, 중국과 러시아가 올해 유엔의 대북 제재안을 형식적으로 지키는 범위에서 “인도적으로 합리적인 필요를 충족하고 북의 민생을 개선하고 정치적 대화의 적절한 과정을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북과의 경제협력, 대북 인도적 지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우리 정부는 냉정하게 평가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북이 자신들을 자극하는 미국과 한국의 발언과 움직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대화와 교류에는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른바 북한판 ‘전략적 인내’다. 장기적으로 한국의 문재인 정부, 4년 단임의 바이든 정부 이후를 바라보는 ‘장기전’이다. 현재 조성된 정세와 북한의 전략적 구상을 볼 때 올해 현실적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협상의 장기화에 대비

최근의 동향을 볼 때 정부는 4자회담과 종전선언을 중심에 놓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으로는 남북간 인도적 협력을 표방하면서, 비공개적으로는 4자회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정부는 여전히 북이 8차당대회에서 언급한 ‘근본문제’보다 의료협력 등을 되풀이하고 있다. 서울과 평양에 대표부 설치 등의 구상은 정세에도 맞지 않고, 북이 당장 수용할 가능성도 없다. 다만 접촉(소통) 창구는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대화조건을 둘러싼 남북간 의견조율은 가능할 것이다.

올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북미관계 개선을 촉진하기 위한 4자회담을 성사시켜 종전선언을 이끌어 내 남북·북미대화의 동력을 마련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자체도 코로나19사태의 지속, 불투명한 한미정상회담의 시점 등으로 예단하기 어렵고,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으로 이어질 지도 불투명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진 않지만, 무조건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작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들에 대해 ‘단계적 스몰딜’을 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전략’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다자적 접근’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종전선언에 대한 인식차이, 대북제재 완화문제로 상당한 논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북미 사이에는 ‘다자회담’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차이가 있다. 이러한 입장차이는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미국과 북의 근본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대체로 북핵문제를 ‘불량국가 북’의 핵확산을 막아야 하는 ‘핵비확산(non-proliferation)’의 시각에서 접근해왔다. 북핵문제를 북한과 미국의 대결관계의 산물이 아니라 북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확산 규범의 요구로 바라보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 4자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다자회담’은 북의 핵이나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이라는 근본적 잘못에 대해 비확산이라는 국제적 규범을 적용하는 관련국들의 지극히 정당한 해결책이고 효율적인 회담틀이다. 당연히 북핵 위협에 안보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동북아 3개국 또는 5개국이 공동으로 참여해서 북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해야 하는 틀로서 다자회담을 인식한다.

반면 북은 북핵문제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산물이라고 일관되게 규정하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이 북을 위협하고 압박함으로써 체제붕괴를 획책하는 데서 비롯된 자위적 수단으로 핵무력을 인식한다. 북식으로 ‘자주권 수호’, 국제사회의 일반규범인 ‘주권존중(sovereignty)의 시각에서 핵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안보위협에 맞서 자위적 억제력으로서 불가피하게 핵무기 보유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북한은 북핵문제 발생이후 일관되게 북·미 양자간 평화협정의 체결(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3자 또는 4자 평화협정)을 주장하며, 북미간 적대관계를 상호 존중과 평화 공존의 평화적 관계로 전환해야만 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은 다자회담에서 평화협정을 맺더라도 핵문제는 북미간의 정치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000년대에 6자회담이 열렸지만 북미간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6자회담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북은 2009년 핵실험 후 중국과 한국 정부가 대북압박에 나서자 “이같은 형식의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선언해 버렸다. 북미관계 정상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6자회담이 5:1 구도로 변화돼 북핵포기를 압박하자 다자틀을 깨버린 것이다.

이러한 북미간 입장차이는 2018년 ‘6.12북미공동성명’으로 봉합됐지만, 향후 북미, 다자회담에서도 다시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특히 북은 2년마다 중간선거와 대통령선거로 합의 자체가 유보되거나 폐기되는 것에 상당한 ‘피로감’을 보여 왔다. 따라서 북은 바이든 행정부가 ‘6.12북미공동선언’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선언하면 북미대화나 4자회담을 수용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8차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언급한 ‘미래 핵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 시위하며 미국을 압박하는 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선택과 집중 필요

정부는 하노이회담 결렬 후 변화된 북의 대외·대남기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할 ‘다자적 접근’의 실질적 내용 등을 냉전하게 분석·평가하고, 남북관계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추상적인 미래구상이 아니라 1년 동안에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

북이 경제발전5개년의 성공을 위해 결국 우리에게 손을 내밀 것이라는 판단은 정세에 대한 오판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북한이 경제발전을 위해 손을 내민다면 1순위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일 것이다.

8차당대회에서 표출된 북한의 정책방향을 볼 때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6.12북미공동선언’의 인정에서 출발해 코리아반도비핵화프로세스를 추진할 때만이 4자회담 또는 6자회담 구상이 가능하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동시에 병행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와 다자회담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낮추고,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대북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교류안을 나열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성과 하나라도 낼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우선 대외적으로 코리아반도 정세가 더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단절된 남북, 북미대화의 재개 동력을 마련하고, 이를 안정적인 틀로 정착시키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북미협상은 장기전에 접어들었고,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거나 이끌어내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로 남을 것이다.

상징적이고 현실성 있는 남북협력사업으로는 우선 ‘북한 철도현대화과 남북철도연결’을 꼽을 수 있다. 북은 8차당대회에서 ‘철도현대화’를 언급했기 때문에 중국과의 신의주-평양간 철도 현대화사업, 러시아와 합의한 내륙철도 현대화사업 등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북한은 봉쇄했던 신의주세관(신의주세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전언도 있음)과 남포항을 다시 열고, 완성된 ‘신압록강대교’ 개통식을 개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가 남북군사공동위 가동과 함께 미국과 협의해 ‘대북 제재 예외조치’를 받아 남북철도협력사업을 구체화 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북미 협상을 기다리기보다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 의료협력사업은 국제기구와 민간단체를 활용하고, 남북철도협력사업 하나라도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남북관계의 안정성과 지속성 확보 차원에서 민간교류의 폭을 넓히고, 분야도 확대해야 한다. 민관분리 원칙을 적용해 당국대화가 소강국면이더라도 민간교류는 유지될 수 있도록 허용, 지원해야 남북관계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

1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및 외교·통일·국방부 업무보고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오랜 교착상태를 하루속히 끝내고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 새 돌파구를 마련해 평화 시계가 다시 움직여 나가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심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굳건한 한미동맹과 함께 주변국과의 협력관계”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코리아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보다 주도적인 자세”가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추상적인 수사로 그칠지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21세기코리안뉴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 21세기코리안뉴스는 글에서 ‘북한’이란 용어를 ‘북’으로, ‘한반도’를 ‘코리아반도’로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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