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자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해 ‘미국의 귀환’을 선포하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낸다”며 “대서양 동맹이 돌아왔고 우리는 이제 함께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의 적대국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지목하며 함께 맞설 것을 요구했다.
그는 “중국과의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에 함께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중국 정부의 경제적 강압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를 향해서는 러시아가 나토 동맹을 약화시키려 한다며 이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의 해킹 문제를 집중 언급하며 “이에 대응하는 것은 우리의 집단 안보를 방어하는 데 중요해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날 비공개로 열린 G7회의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위와 같은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염원’이 실현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유럽의 주요 동맹국들이 각국의 요구와 이익에 따라 움직이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유럽)가 NATO 안에서 미국에 너무 의존하면 스스로 우리의 국경을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한테 이익이라고 우리한테도 반드시 이익이라는 건 아니다”며 “중국은 체제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항해 싸우거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등 전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의 전략이 실패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0일 “이번 G7 정상회의는 미국의 편집증적인 중국 정책이 유럽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며 “전략적 이기심이 강한 미국이 이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더 외로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2일 사설에서 “미국이 중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중국은 헤아릴 수 없는 이해관계를 제공하는 국가”라며 “중국에 독일 자동차가 얼마나 많은지, 중국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프랑스 패션 제품들을 사용하는지를 살펴보면 유럽 국가들이 중국 시장에서 거대한 관심을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더욱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적대감은 여전하지만 중국을 공격하는 리듬이 주춤한 것은 미국이 현실과 다른 여러 장애물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라면서 “미중 간 디커플링은 미국에게 중국 못지 않은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 상공회의소 산하 중국연구소와 뉴욕 소재 리서치업체 로듐그룹은 17일(현지시간) 발간한 공동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과 전면적인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 나설 경우 막대한 경제적 비용과 경쟁력 손실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양국 간 무역 전면에 25% 관세가 매겨질 경우 2025년까지 미국 경제에 매해 약 1900억 달러(약 210조3300억 원) 상당의 생산량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대중 직접투자를 절반으로 줄일 경우 한 번에 최대 5000억 달러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자본 이익에서 연간 250억 달러 손해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정책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이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재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미국이 대 중국 포위 전략을 ‘동맹’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압박할수록 ‘동맹’들이 미국과의 거리두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