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자주:이번 환구시보 사설은 우울한 예고를 한다. 미국의 지정학적 광신자들이 냉전 종식 이래의 좋은 시절을 끝장내면서, 인류는 역병과 흉작, 그리고 더 많은 원한과 전쟁 위협의 새로운 시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국제질서는 다시 정치로 각인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많은 경제 분야에서도 국가안보 개념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원제목 : 워싱턴은 미국과 세계의 좋은 시절을 망가뜨리고 있다
출처 : 환구시보 사설
워싱턴은 협력이 주가 되는 대국 관계를 이미 거의 무너뜨리고 세계를 다시 대국 간 대항관계로 몰아가고 있다. 지구적인 지정학적 요동이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이는 국제관계의 성격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세계화에 심대한 교란을 초래해, 우리가 이전에 상상하기 힘든 일련의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자신이 직면한 도전을 처리하고 자기 이익을 실현하는 데 있어 지정학적 정치 방식에 너무 집착한다. 소련이 해체된 그해, 새로 출범한 러시아는 진심으로 서방세계로의 통합을 원했다. 하지만 미국은 지정학적 정치 수완을 부려 몇 년 동안 러시아의 전략적 공간을 가장 철저하게 압박했다. 나토의 동구 확산은 이전 바르샤바조약기구의 모든 국가를 망라했을 뿐 아니라, 발트 3국 같은 구소련 국가도 집어넣었으며,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 등 독립연합체국가에까지 손을 뻗쳐 다른 선택이 없는 모스크바로 하여금 분연한 반격을 하도록 만들었다.
미국은 이제 극단적인 지정학적 정치수법을 중국에 이용하려 한다. 미국은 극단적인 대중(對中) 이데올로기 충돌을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있는데, 그것이 동맹국들을 동원하고 서방을 중국에 공동으로 대항하도록 견인하는 데 가장 값싼 방법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모든 국가를 지지하면서, 그들이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도록 선동한다. 또 중국이 대외협력을 통해 국제질서를 전복하려 한다고 비방한다. 그것은 중국의 국제환경을 전면적으로 파괴하고 중국과 협력하려는 각국의 염원을 꺾음으로써, 전 세계에 중국에 대항하는 ‘기조’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워싱턴은 미국의 패권 강화 야심을 전 세계로 하여금 책임지도록 하려 하고 있다. 그들이 떠벌리는 것은 단순한 미국과 중국의 탈동조화(decoupling)가 아니며. 서방세계와 더 많은 나라들을 중국과 충돌케 함으로써 그 토벌에 동참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100여 개국의 1위 교역 상대국으로 미국과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새로운 대형 시장이다. 미국의 이런 칼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기존 협력체계를 찌르는 것이다.
세계는 이로 인해 장기간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감염사태는 이런 대가의 첫 표현이다. 감염증 사태가 이렇게 맹렬한데도 미국은 국제 방역협력에 까닭 없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의 방역에 대한 시각은 단 두 가지뿐인데, 하나는 국내 대선의 시각, 다른 하나는 국제 지정학적 시각이다. 과학적 시각은 끝내 수립되지 못함으로써 전 세계 방역협력은 넘을 수 없는 장벽에 부딪혔다.
미국과 모든 강대국들이 결연하게 힘을 합쳐 방역하고 상호협조의 방책을 세운다면,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은 틀림없이 지금보다 훨씬 덜하고 전 세계 경제회복도 매우 질서 있게 진행될 것이다.
미국의 대국간 대결정책은 틀림없이 세계 경제성장에 부담을 주어 각국은 막대한 자원을 공급망과 시장의 재구축 같은 의미 없는 소모에 쏟아붓게 될 것이다. 거기에다 전염병 타격까지 겹치게 되어 냉전 이후의 전 세계 경제호황은 아마 막바지로 치달을 것이며, 세계는 대량의 일자리를 잃게 되어 설사 전염병 사태가 완화되더라도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 경제가 다시 정치로 각인되는 시대로 접어들게 되면서, 과거에는 언급되지 않던 많은 경제 분야에서 국가안보 개념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군비 경쟁과 적수 간 상호 위협이 점점 더 국제관계로 복귀하게 될 것이고, 수많은 구시대적 갈등이 세계의 무질서 속에 점점 더 강화되어 각국의 서로에 대한 호감도는 전반적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유학, 해외여행 조류 역시도 필연코 그 열기가 덩달아 식고, 많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은 바뀌게 될 것이다.
일부 미국인들은 시계를 거꾸로 돌려 과거로 돌아가는 것도 매우 좋은 일이라고 여긴다. 그 시절엔 미국이 세계 다른 나라와 경제력 차이가 커서 한 사람이 일해도 전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몇 명의 아이가 있었으며 흔히 한 사람만 일해도 지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의 과거가 어떤 날들이었는지는 말할 필요 없다. 미국인들도 20세기 60~70년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외여행을 갈 수 있었으며, 어느 누가 티셔츠 한 다스를 한꺼번에 살 수 있었을까? 세계화는 오늘날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몇십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물질적 소비를 영위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 오늘날 세계에서 기운 옷을 입는 사람은 몇 사람이나 될까? 우리는 정말 허리띠를 졸라맸던 시대로 되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불행히도 미국의 지정학적 광신자들이 냉전 종식 이래 좋은 시절을 끝장내면서, 인류는 역병과 흉작, 더 많은 원한과 전쟁 위협의 새로운 시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대국들은 점점 긴장하고 갈등하게 될 것이며, 소국들의 번영은 더욱더 취약해질 것이다. 미국의 이런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정치 엘리트들은 반드시 그로 인해 결국 역사적 치욕의 기둥에 못 박히게 될 것이다.
출처 : 번역 김정호, 민플러스